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한미FTA 건설산업 선진화 기회/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17 15:16

수정 2014.11.06 02:4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의 선점과 경제사회 체제의 선진화를 위해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시장기반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분야에서는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준비가 안된 채 졸속으로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해서 안된다는 ‘준비 부족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 FTA 정부조달 협상의 쟁점이 국내 민간투자 시장의 개방과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 인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설산업 분야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민간투자 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미국의 거대한 투기성 자본이 대거 국내에 들어올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설사 민간투자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중소건설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임대형(BTL) 민간투자 시장만큼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우려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 어렵고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요소도 있다. 그러나 한·미 FTA 이전에, 이미 우리나라의 민간투자법은 외국법인의 국내 민간투자 시장 참여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임대형 민간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로 외국법인에 개방돼 있다. 그렇더라도 위험요소가 많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영종도 제2연륙교외에 실제로 국내 민간투자 시장에 외국법인이 참여한 사례는 거의 없다. 또한 재정사업과 달리 민간투자사업은 정부와 협상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국법인의 과도한 요구는 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 민간투자 시장을 개방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 인하는 중소건설업계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정부조달협정 가입국중 지방정부와 정부투자기관의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이 252억원인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한·미 FTA에서는 중앙정부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인 84억원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난 97년에 건설시장이 개방된 뒤 지난 10년간 외국 건설업체는 단 한번도 국내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하여 수주한 사례가 없다. 국내 건설업 면허를 취득했던 벡텔 같은 미국 회사도 건설업 면허를 반납하고 떠났다.

따라서 개방대상 공사의 금액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미국 건설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이 늘어나리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을 낮춤으로써 지방정부 발주공사에 적용되는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와 같은 지역중소건설 업체 보호제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대·중소건설 업체간 수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제도의 축소는 수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건설서비스 양허 하한선은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설계나 엔지니어링업계도 한·미 FTA 체결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설계나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업관리(CM)와 같은 소프트 기술력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설계 용역비건, 감리 단가건, 건설사업관리 대가건 간에 우리나라의 건설용역비는 국제 기준과 비교해 볼 때 대단히 낮다.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우리나라 건설용역 시장에 미국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미 FTA 체결로 양국간 건설용역 부문의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국내 설계나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업관리 시장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에 대해 국제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해관계 집단일수록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이 가져올 이득을 건설업계에 잘 설명할 필요가 있고 건설업계도 손익계산을 더 꼼꼼하게 해 볼 필요가 있다.
건설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 설계와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업관리 역량 제고, 건설용역업의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한 건설산업 선진화의 계기로 한·미 FTA를 활용하는데 건설업계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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