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한미FTA] 특별기고/유병규 현대경제硏 본부장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4.01 21:06

수정 2014.11.13 13:5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시한까지 연장하는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물론 국회 비준을 얻기까지 또 한 차례의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있지만 이제 한국은 한 단계 더 높은 개방 경제 시대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FTA는 말 그대로 양국이 상호 대등한 경제 여건 속에서 상품과 서비스 거래를 하자는 약속이다. 그 결과 앞으로 양국간 관세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무역과 관련된 모든 법과 제도, 관행의 차이도 두 나라가 협의한 동일한 기준으로 수렴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경제 선진국인 미국과 동등한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은 일단 소규모의 중진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는 또 다른 성장의 큰 기회를 얻은 셈이다. 20세기 한국의 경제 개발 시대에 국내 수출 상품의 활로를 열어준 것은 광대한 미국 시장이었다.
21세기에 들어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은 미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미국의 거대한 자본과 선진화된 기술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찾아온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밀한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에 한·미 FTA는 한국 경제에 득보다는 손실을 더욱 끼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미국과 대등한 무역 관계가 되는 것은 무역 장벽이 사라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헤비급’인 미국과 ‘미들급’인 한국이 같은 체급에서 동일한 규정으로 시합을 해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잘못하면 한국 경제는 각 부문에서 미국에 일방적인 피해만 입을 수도 있게 된다.

한·미 FTA라는 호기를 한국 경제가 최대한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향후 한국 경제의 비전과 운영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전략의 최우선 목표는 요즈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론을 극복하고 동북아 지역 경제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미국의 풍부한 자본과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이 모방할 수 없고 일본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이 일본과 중국의 압착 상태에서 벗어나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지렛대로 한 경제 성장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 정책 운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는 기업을 한국 경제 도약의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인정하고 세워주는 경제 운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생사를 걸고 생존 경쟁을 하는 주체는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자본과 생산 규모 그리고 앞선 경영 능력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맞붙어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정부, 노조, 비정부기구(NGO) 등의 기능이 바뀌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이전처럼 기업의 부정적인 측면만 찾아내어 규제 대상을 찾는 데서만 존재 가치를 찾아서는 안된다. 이보다는 국내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더 큰 존재 의미를 갖아야 한다.

농업과 서비스와 같은 취약 부문의 경쟁력 역시 보호주의적이며 시혜적이고 제한적인 정부 주도의 지원책만으로는 높일 수 없다. 취약한 산업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이 커 나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생존 대책이다. 한·미 FTA로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계층간 갈등 또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커져야만 비로소 해소할 수 있다.
한국 산업 각 부문에서 미국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기업들이 생겨날 때 미국 산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피해의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외연을 넓히고 제도적 틀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경제 운영 방식을 찾지 못하면 이는 안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