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누구편?”…금융지주사 ‘고민’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의 지주사들이 자본시장통합법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안 가운데 증권사의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에 대해 은행과 증권사들이 상반된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관망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금리상승을 우려해 은행의 입장으로 기울기도 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19일 “증권사가 처음부터 금융결제원의 소액결제시스템을 완전히 이용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제한 뒤 “아래서부터 시작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처음부터 증권사가 금융결제원의 결제시스템을 모두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무리가 따르므로 단계적으로 조금씩 풀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도 힘들다는 지주사의 고민으로 해석된다.
지주사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반대하고 있는 은행쪽 입장으로 좀 더 기울어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 마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거래기업의 급여통장이나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자금결제, 일반 요구불성예금 등 저금리성 자금”이라며 “이런 자금들이 증권사로 흘러가면 조달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그룹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20조원 정도의 자금이 증권사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금에 대해서는 은행의 요구불성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고 이에 대응해 은행 금리도 함께 올라가면서 결국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통법을 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안 되고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재경부가 전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법안을 제출한 만큼 국회가 신속하게 판단해줘야 한다”고 말해 원칙적인 선에서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히려 지주사는 자본시장통합법의 복합상품 개발 및 겸영 허용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급결제에 대해서는 지주사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며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더라도 금융그룹 내에서 이동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증권투자회사를 키우고 복합상품을 내놓는 등의 준비를 통해 자통법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며 “겸영 허용에 대해서도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의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을,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대한투자증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lee@fnnews.com 이재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