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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1>후카오 미쓰히로 일본경제연구소 소장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금융포럼이 지난달 26일 성황리에 끝났다. '투자은행(IB) 비즈니스와 새로운 금융시장의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강사로 나선 세계 각국의 금융전문가들은 선진 투자은행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 한국경제의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 포럼에 참석한 강사들은 특히 IB비즈니스의 발전모델뿐만 아니라 일본의 부동산 버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베트남 경제의 전망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호응을 받았다. 이에 본지는 후카오 미쓰히로 게이오대 교수 겸 일본경제연구소장, 데이비드 페르난데스 JP모건 체이스 아시아 헤드, 훙첸 중국 하이나그룹 대표, 마이후틴 유앤아이 투자법인 대표, 단이 칭화벤처캐피털 대표, 대니얼 레티모어 IBM 기업가치연구소장 등의 인터뷰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지난 10년 동안의 불황을 통해 일본경제는 한층 성숙해졌다.”

국제경제학계의 ‘거목’인 후카오 미쓰히로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과 교수 겸 일본경제연구소(JCER) 소장은 장기불황을 일컫는 ‘잃어버린 10년’의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후카오 교수는 “잃어버린 10년은 일본 시장에 적지않은 불행을 가져다 준 반면,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의 발전 토대를 마련해주었다”고 말했다. 지난 25∼26일 본지가 주최한 제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하고자 방한한 후카오 교수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후카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제경제학에 정통한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게이오대 교수직 외에도 JCER 소장직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다. JCER는 어떤 곳인가.

▲국제경제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상품의 거래, 외환, 세계 증시 등이 주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이슈가 생기면 특정 국가의 시장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지금은 주로 베트남 등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발전방향과 외환 흐름을 연구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총 15명의 석학들로 구성돼있다.

―일본 경제는 최근들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제로(0)% 수준이었던 일본은행(BOJ) 정책금리도 꿈틀거리는데다 고용도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잃어버린 10년은 일본경제에 많은 변화를 불렀다. 금융시장, 부동산시장, 곡물시장 등 모든 시장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을 겪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지금 생각해본다면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일본경제는 더욱 건실해졌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하고 싶다. 어려움이 기회로 탈바꿈한 것이다.

―후카오 교수는 ‘잃어버린 10년’을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보는가. 또 이 기간 일본경제는 어떤 충격을 받았는가.

▲‘잃어버린 10년’의 기간은 경제학자, 기업인, 언론인, 국민 등 보는 이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1990년대를 지칭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묘사하기 가장 좋은 시장은 증시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1990년 무려 13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경기가 흔들리기 시작한 1991년부터는 갑자기 주저앉았다. 1992∼2000년은 60∼80%에 머물렀으며 특히 1999년에는 50% 가까이 추락했다. 기업에 대한 신뢰, 증시에 대한 전망 등 모두가 불안했던 시기다.

―‘잃어버린 10년’은 부동산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렇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큰 충격을 받고 무너졌다. 도쿄, 오사카 등 6대 주요 도시의 명목 GDP대비 부동산가격은 지난 1985년 1.5%에 불과했지만 1990년에는 무려 3%를 넘어섰다. 금융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차츰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만을 전해주었다.

―일본내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미리 예견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다가올 것이란 경고는 없었는가.

▲일본내 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지난 1991년부터 ‘전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는 이 기간 금융권, 특히 은행의 부실채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이 늘면서 은행은 도산위기에 빠졌고 기업은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투자를 줄였다. 1∼2년 동안의 텀을 두고 금융시장의 장기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부실채권 규모는 어떠했는가.

▲앞서 밝혔듯이 ‘전조’로 여겨지는 일본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1990∼1991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992년 12조엔이던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995년 26조엔, 1997년 29조엔, 1999년 31조엔 등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었다. 금융위기를 겪은 후인 지난 2001년에는 부실채권이 40조엔을 넘어섰다. 결국 은행의 수익성은 점차 줄게 됐다. JCER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90년 3조8000억엔이던 일본내 은행의 수익은 1991년 3조3000억엔, 1992년 2조5000억엔, 1993년 1조7000억엔, 1994년 1조엔으로 차츰 줄었다.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해 1995년에는 2조6000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은행의 부실은 금융제도의 개혁을 부르는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예금주 보호시스템은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개혁으로 손꼽힌다. 예금주 보호시스템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일본 정부는 2003년 5월17일 금융지주회사인 리소나은행에 2조엔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정부가 자기자본 부족으로 부실위기에 내몰렸던 초대형 금융기관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이처럼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예금주 보호시스템은 계속 변화를 거듭하며 ‘소방수’ 역할을 했다. 1971년 만들어진 예금주 보호 시스템은 1996년까지만 해도 예금의 일부분만을 보호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은행에 예치된 대부분의 금액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호를 받고 있다.

―금융제도 개혁외에도 일본정부의 시장규제 역시 완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규제 완화가 금융시장 회복에 밑거름이 됐는가.

▲물론이다.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불렀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은 국책 금융기관에 대한 민영화 작업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당시 내각은 그동안 국책 금융기관이 민간금융기관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도록 해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민간금융기관들은 그동안 국책금융기관이 독점적으로 맡던 분야에도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을 찾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규제 완화조치만 취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일본 금융감독청(FSA)의 규제는 한층 강화된 모습을 띠었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연법인세자산(DTA)의 허용범위를 줄이고 보험사에 적용됐던 한계마진을 대폭 줄인 것도 이같은 추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또 한국은 최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와도 FT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한·일 FTA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FTA 체결은 여러 각도에서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시장 규모, 경제협력, 재원, 노동력 등 여러 경제요소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싱가포르, 멕시코 등과 FTA를 체결했지만 한국과의 FTA는 여전히 연구중에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일 FTA의 필요성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관세 유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친 일본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마지막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부탁한다.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지금까지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오히려 부실우려가 커진 만큼 규제는 지금보다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FSA는 최근 이연법인세자산(DTA)의 허용범위를 계속 줄이고 있다. 또 보험사의 보험금 지불능력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새롭게 조정하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느슨한 규제라고 지적받았던 정책들도 상당부분 강화될 것으로 본다.

한편 한국은 꾸준한 규제개혁을 통해 이전과 다른 경제 자율성을 지켜왔다. 한국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경제지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다른 모습으로 발전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의 FTA, 자본시장통합법 등 제도적인 접근법으로 한국경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본다.

■후카오 소장은

후카오 미쓰히로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일본내 국제경제학의 '실력자'로 통한다. 특히 외환흐름을 통한 거시적 모델을 구축해 지난 10년동안의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해 집중 고찰해왔다.


지난 1981년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카오 교수는 1993년까지 일본 경제기획실 상임경제학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통계분석과 전략 리서치 헤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리주재 상임 경제학자 등을 엮임했다. 또 지난 1997년까지는 선진10개국(G10) 사무관을 맡기도했다. 후카오 교수는 현재 게이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국제경제를 담당하는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