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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3>홍첸 하이나그룹 CEO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03 16:32

수정 2014.11.06 01:45



“한국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자본시장통합법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그룹인 하이나그룹 훙첸 대표는 자본시장의 힘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운다면 더이상 자국 보호정책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7년 중국도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그 이후 10년 중국은 더이상 외국 자본을 겁내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소버린 사태나 론스타 사건 등을 봐도 여전히 외국자본에 취약한 구조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이 외국자본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IB)의 설립이 시급하다”면서 “자본시장통합법이 없이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세계적인 금융그룹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일궈낸 중국에서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미래를 진단해본다.

―‘자본시장통합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논란이 많은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은 필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통합을 통해 금융시장은 활성화되고 자본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한때 미국 금융시장을 대표했던 모건 하우스그룹과 현재 미국 금융시장을 이끄는 씨티그룹의 예에서 잘 볼 수 있다. 지난 1900년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던 ‘모건하우스’는 150년 동안 세계금융을 좌지우지해 온 무소불위의 ‘금융제국’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여수신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인 JP모건과 투자와 증권부문을 담당하는 모건 스탠리로 분리하며 급격히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지주회사인 JP모건은 소매금융 전문은행 체이스 맨해튼에, 모건 스탠리는 일반 투자자를 상대하는 증권사 딘 위터에, 모던하우스의 런던 법인 모건 그렌펠은 도이체방크에 흡수되면서 모건하우스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반면, 씨티그룹은 증권과 은행 부문의 통합을 통해 몸집을 키워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거듭났다. 미국에도 당시 증권과 은행, 보험의 분리를 규정한 글래스 스티걸 법(Glass Steagall Act)이 있었다. 씨티그룹은 이 법을 깬 최초의 기업이었다.

결국 지난 99년 11월 미국은 금융제도 개혁법안을 제정하면서 글래스 스티걸 법 규제를 철폐하고 은행·증권·보험 등의 모든 금융업무를 하나의 회사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통합이 경쟁력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중국 금융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엄격했던 규제도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 자금은 들어오긴 쉬웠지만 수익을 낸다 해도 밖으로 나가긴 어려웠다.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려면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제 해외 기업도 중국기업과 제휴를 맺으면 이러한 규제를 완화시켜준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미국 금융기관도 중국에 지점을 세우고 중국 금융기관과 똑같이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이나 HSBC 등 모든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중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중국 벤처캐피털사들도 해외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차이나가 해외 리스회사를 인수하는 등 중국 금융기업의 해외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증시가 과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내에서도 중국 증시가 고평가 됐다는 우려가 많다. 사실상 주가수익률이 높고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주식에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년에 3배 가까운 성장을 이루면 어느 누구나 과열걱정을 하게 돼있다. 현재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을 담보로 주식을 사는 행위를 막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과열을 식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긴축정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매년 10% 이상 성장을 하고 이러한 과열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시장이 계속 1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한다면 중국정부는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낮추는 것은 이제 점차 그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과열이 예상되면 늘 긴축 재정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자율경제를 해치는 일이다.

―중국시장 성장전망은.

▲중국은 이미 소비재 시장이던 시대를 뛰어 넘었고 GDP의 많은 부분이 서비스 산업에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서비스 산업은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GDP의 50%가 서비스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직 작은 수준이지만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정부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개방을 서두르고 있으며 중국은행들도 점차 민영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상은행(ICBC)도 무려 19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연금펀드(National Penstion Fund)를 조성, 이미 외국계 펀드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가 주도하는 정부투자펀드(Governemt Investment Fund)도 1000억달러 규모로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세계시장의 6%를 차지하고 있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그렇게 큰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또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 여력이 많은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열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미국 다우지수가 과열을 우려하면서도 급격히 성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는 국가간 M&A를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국가간 인수합병(M&A)은 기업간 서로의 시장에 대한 진출을 높여줄 수 있은 좋은 기회로 봐야 한다.

시장이 점차 개방되며 국가 간 M&A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국가 간 M&A로 1위에 등극했다. 한국도 포스코가 신일본제철과 지분제휴를 한 바 있다.

M&A가 되면 기업이 사라지고 일자리도 사라지고 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단지 주주만 바뀔 뿐 사실상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나은 임금을 받고 보다 선진화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역으로 한국이 세계 기업의 M&A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PEF)를 통해 막 성장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지분 참여로 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 또 최근 중국의 금융기업 중 막대한 자본금을 가진 전문가의 경험을 원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을 인수해 직접 투자를 하는 방법도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조언은.

▲중국 CEO들은 벤츠, BMW를 타지만 한국 CEO들은 모두 현대차만 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 기업의 과한 애국심을 빗댄 말이다.

한국정부는 외국계 자본에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기술력에 대한 문제에는 아주 예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공격적이고 활발한 참여가 보호보다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을 한국도 알아야 한다.

과거 중국은 대만과 항공기 운항수를 크게 늘리고 시장을 개방했고 자유무역을 허용했다. 결국 개방 전 중국과 대만의 격차는 커서 중국이 훨씬 뒤졌지만 현재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개방의 힘인 것이다.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절대 이기지 못한다.

개방을 두려워 한다면 한국이 가장 먼저 고립될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삼성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에만 급급한다면 해외에서 삼성과 LG 제품들은 사라지고 온통 미국, 일본, 중국 브랜드만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과 LG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많은 국민들이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홍첸 대표는

홍첸 하이나그룹 CEO는 중국 인수합병(M&A)의 대부로 불린다.

'하이나 그룹'은 중국에서 국가간 M&A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의 선두업체다. 그는 현재 해외 기업이 중국기업과 의 합병을 통해 진출하는 데 자문을 담당하며 중국기업의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을 이끌던 홍첸은 5년 전 중국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IB)을 꿈꾸며 '하이나 그룹'을 설립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 세계로 도약하는데는 세계적인 IB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이나 그룹은 하이나 개인자산과 투자은행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금융, M&A 컨설팅, IB업무를 비롯, 미국증권협회 회원사로 각종 중국 증권시장의 기술, 미디어, 통신 주의 투자자문을 담당하는 개인자산운용업무도 맡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등 전세계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120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등 지난 4년간 2배의 성장을 이뤘다.
앞으로는 중국 성장의 급물살을 타고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홍첸은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 박사를 획득하고 IT기업인 아임넷과 GRIC커뮤니케이션의 대표겸 최고경영자(1999),아시안-아메리칸 멀티테크협회장(2000∼2001),Hua Yuan 과학기술협회장(2000∼2003)을 각각 역임했다.
또 언론에 의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신경제 리더(1998),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리더(2000)로 각각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하이나그룹 대표겸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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