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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6> 대니얼 래티모어 IBM기업가치 연구소 부소장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10 17:02

수정 2014.11.06 00:54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자본시장에서도 이미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기업에는 사람이 생명입니다. 사람이 결정하고,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며, 사람이 영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대니얼 W 래티모어 IBM 기업가치연구소 부소장은 향후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주력해야 할 요소로 주저없이 ‘사람’을 꼽았다.

세계화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조직을 유연하게 관리하고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조직의 시스템 문제이며 결국 그 시스템을 사람이 창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은 중간단계 사라져”

래티모어 부소장은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자본시장의 세계화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기업들은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먼저 화두를 던졌다.

IBM 기업가치연구소는 지난해 400여개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본시장의 세계화와 기업 간의 연관 관계 분석 자료를 축적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오는 2015년까지 자본시장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향후 자본시장을 분석해보면 △투명성과 스피드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이며 △중간 단계인 에이전시의 수익은 사라지고 △고객들이 직접 기업에 투자와 혁신, 특화를 요구하는 시장으로 변화한다.

때문에 래티모어 부소장은 현재 중간단계에 걸친 기업들은 수익이 사라지게 돼 생존의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고객과 기업 간 정보의 차이가 사라지며 그 혜택은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개후 수수료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세계화에 대한 준비 부족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아 보인다. 충분한 자료로 예측된 미래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이 취해야 할 자세는 기업들 자신부터 ‘글로벌’하게 변화하는 것밖에 없다.

이 조사에서 400여개 기업 중 92%의 기업은 세계화가 자신들의 기업에 기회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게 래티모어 부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400여개의 세계적인 기업들에 ‘당신의 회사가 글로벌한지’ 물었을 때 단지 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그에 대한 증거로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나 지식을 공유하는 행동을 기업 지침으로 삼고 있는 회사도 전체 응답기업의 10%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5년 전 조사에 따르면 자신들이 세계화된 기업으로 움직였다고 답한 기업이 34%이었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23%로 무려 11%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래티모어 부소장은 이미 진행 중인 세계화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태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화 가운데 문화 차이도 극복해야

하지만 벌써 시장은 ‘세계화(Globalization)’가 진행되는 동시에 ‘지역화(Glocaliz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만큼 빨라졌다. 래티모어 부소장은 “이러한 시대 조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등 복잡한 자본시장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그에 대한 래티모어 부소장의 의견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래티모어 부소장은 “각 지역의 기업마다 문화의 차이로 인해 제품의 선호도와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은 본사 중심에서 로컬 지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은 금융시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자본이 매일 같이 국가 간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지만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는 나라마다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래티모어 부소장은 “세계화 및 지역화 시대의 가장 훌륭한 기업은 다수의 지점을 확보한 기업이 아니라 본사가 없는 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점이 독립된 역량을 갖고 본사 역할을 각 문화권에서 수행하는 기업이 미래의 시대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뜻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의 고객이 그 문화권의 서비스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업들은 고려해야 한다. 고객이 ‘더욱 글로벌’한 서비스와 제품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유연한 조직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화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

결국 세계적인 금융회사라도 세계화를 진행시킴과 동시에 각 나라에서 효율적으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 규제와 문화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게 요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래티모어 부소장은 “기업은 세계화 전략과 지역화 전략 사이에서 부딪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결국 이 문제는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관리자 및 최고경영자(CEO)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권하는 방법으로는 지점을 개설한 각 나라의 규제와 문화에 맞는 전략을 짜도록 그지역 전문가를 고용해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하는 것과 지역화와 세계화가 서로 상충될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 자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래티모어 부소장은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반드시 사람이며 금융산업의 문외한이어도 지역 전략과 사람과 시스템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은 은행 출신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을 수장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M&A 시장 커질 것

래티모어 부소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한정된 시장에 머물렀던 기업들이 국경 울타리를 넘어 세계화하면서 시장에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M&A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경우 그동안 은행 간 합병을 정부가 나서서 주도했지만 이제 이 법의 시행으로 정부는 ‘자리를 마련해준 셈’이 됐고 기업이 직접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것을 요구했다.

그는 “증권산업의 경우 위탁수수료(브로커리지) 매출 비중이 높은 두 증권사가 합병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가 되지만 이 경우 1.5에 그치게 돼 오히려 M&A를 하지 않은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금융사 간 M&A도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을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적정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그는 “M&A 시대에서 당장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가 성급히 이뤄지게 되면 결국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위해요소로 작용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가치를 연구하는 곳의 부소장으로서 강연이나 보고서를 만들 때마다 항상 하는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그는 이 말이 때론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앞으로 5년내 현실세계를 지배할 자본시장의 세계화에 대한 격언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세계화는 기회이자 도전이다(Globalization is also challenge but oppurtunity).”
■대니얼 래티모어는

IBM 기업가치연구소에서 금융산업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니얼 래티모어 부소장은 미주 및 해외 금융서비스 부문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다트머스대에서 철학 및 정치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 존에프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메인스프링에서 금융산업 전략부문을 담당했고 메릴린치 투자은행 전문가와 맥킨지 컨설턴트를 역임하는 등 금융산업 분야에서만 20년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래티모어는 이런 경험을 살려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기술(IT) 이용법과 관련해 기업의 강점과 한계를 고려한 수십권의 전략 연구서를 저술한 바 있다.
금융분석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경험으로 그는 현재 40군데가 넘는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고 있다.

/hu@fnnews.com 김재후 안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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