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반쪽 한국인은 없어요/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6.17 20:15

수정 2014.11.05 12:37

“아이들은 한국말도 잘하고 그냥 한국 사람이에요. 혼혈인이라 부르며, 달리 대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분명히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반쪽 한국인이 아니라 온전한 한국인 이예요. 반쪽인 사람은 없어요”

이는 5년전 한국 남자와 결혼해 3명의 어린 자녀를 둔 어느 필리핀 출신 엄마의 애절함이 배어있는 말이다. 최근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결혼이민자 가족이 크게 늘면서 우리는 이처럼 자녀들이 언어발달이 늦지 않을까, 생김새가 달라 또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역사상 처음으로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맞고 있다. 지난 5년동안 우리사회 국제결혼 비율은 10%이상 증가하였으며, 특히 2003년 이후 해마다 1만 건 이상 늘어나면서 그 증가 추세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8쌍중 2쌍이, 특히 농어촌에서는 10쌍중 4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전체 결혼 이민자 9만4000여명의 75%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미자들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혼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한국인’을 규정하는 순수혈통 중심의 축소지향적인 시각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얼굴색이 다르거나 생김새가 다름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엄격함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혼혈인’, ‘코시안’이란 말들이 ‘한국인’과 구별되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하나의 ‘한국인’, ‘대한민국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어린 자녀들에게 상처와 정체성의 혼란을 주는 무심코 던져지는 이런 단어들이 사라져야 한다. 우리사회의 ‘온전한 한국인’과 ‘반쪽 한국인’을 구분하는 배타적 순혈주의 사고와 이에 따른 결혼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를 이끌 우리의 소중한 인적 자산을 잃는 동시에 21세기가 끝나기 전 우리는 가장 소수의 민족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2010년경부터 우리사회에서는 결혼이민자 자녀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여러 문화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혼혈인’이라 부르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 속에서는 결혼이민자 자녀들에게 상처와 사회적 부적응만 남길 뿐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범부처 차원의 ‘결혼이민자가족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교육·상담 등 지원 서비스의 전달 체계인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역단위로 확대하고 있으며, 출산 도우미를 파견하고 비자발급 대기 중인 남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는 등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우리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축소지향적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대한 포용력이 커질때 이러한 노력들은 빛을 발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이민자 자녀들을 진정한 우리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그런 사회가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제2·제3의 하인즈 워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그라지는 소수의 민족이 아닌 융성하는 다수의 민족으로 남게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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