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얇게∼ 가볍게’..산화물 반도체가 해결
“디스플레이의 미래는 산화아연에 물어보세요.”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세계 1위 강국이다. 경제성장 기여도는 무려 5.2%에 달한다. 하지만 각국의 도전 또한 만만치않다. 특히 일본과 대만은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며 우리나라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디스플레이 강국들은 산화아연(ZnO)을 이용한 투명트랜지스터 개발로 활로를 뚫으려 하고 있다.
투명트랜지스터가 상용화되면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화질도 대폭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산화물반도체가 대안이다
‘경박단소(輕薄短小).’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화두다. 미래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디스플레이가 더 얇고 가볍게 진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실리콘 반도체로는 어렵다. 원자배열이 일정한 결정질인 실리콘은 박막화하면 산소와 결합해 뒤틀리며 비정질화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산업계에선 고가의 레이저 열처리를 통해 비정질을 결정질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대안으로 산화물 반도체가 각광받고 있다.
산화물 반도체는 박막처리를 해도 소자의 특성이 그대로 나오는 장점이 있다. 또 응용 분야도 무궁무진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투명회로, 군사용 고글, 소비자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투명트랜지스터에 미래가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산화물반도체는 투명트랜지스터의 발전가능성을 더해 준다. 투명트랜지스터는 디스플레이의 박막화뿐만 아니라 고화질 구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에서 트랜지스터는 빛의 발광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LCD에선 액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선 유기물, 전자책에선 전자잉크가 영상을 표현하는데 트랜지스터가 이들을 제어하는 것이다.
투명트랜지스터의 강점은 이들 액정이나 잉크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 기존 전자책의 경우 잉크 아래 트랜지스터가 있었지만 투명트랜지스터는 잉크 위에 올리는 게 가능하다. 트랜지스터를 위로 올리면 잉크를 보다 명확히 볼 수 있다.
이 투명트랜지스터는 공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명도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또 첨가물에 따라 도체가 되고 부도체도 된다. 반도체로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연구의 핵심은 공정기술 개발과 함께 도핑기술 개발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재료연구단 이상렬 박사는 “산화아연을 이용한 투명트랜지스터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LG전자, LG화학, 삼성종합기술원, 연세대, KIST 등에서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소재 분야는 일본을 뛰어 넘어라
산화물반도체의 소재 분야는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3년 도쿄공대 호소노 교수가 IGZO라는 물질을 사이언스 등에 소개하며 소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IGZO는 인듐과 갈륨, 아연, 산소를 1:1:1:3으로 혼합한 물질로 비정질 산화물 반도체인데도 불구하고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 경우 매우 우수한 특성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용기술은 우리나라가 한 수 앞섰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LG와 삼성은 지난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에서 일본의 소재인 IGZO를 이용해 초박막유기발광다이오드(TFT AMOLED)를 박막화하는 기술로 각각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투명전자소자 분야 학회인 EMRS에서 일본보다 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1위로 부상했다.
이 박사는 “산화아연에 미량의 갈륨이나 알루미늄, 인, 질소 등을 집어넣으면 성질이 다양하게 바뀐다”며 “이러한 연구를 거듭해 최고의 소재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일본것 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질화갈륨(GaN)으로 구현돼 있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산화아연으로 구현하는 연구와 함께 바이오센서 등에 적용될 산화아연나노선을 적용한 나노센서도 개발 중”이라며 다른 응용 분야의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상렬 박사가 산화아연반도체로 만든 투명트랜지스터를 붙인 유리기판을 선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