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나비·나방, 애벌레 시절 기억한다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5 11:33

수정 2014.11.07 11:47

나비와 나방이 애벌레 시절 배운 것을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 원’은 5일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학 연구진이 나방이 애벌레 시절에 배운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나비와 나방은 애벌레에서 날개가 있는 성체로 변태를 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애벌레의 몸과 생활양식에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나비와 나방이 애벌레 시절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해 왔다.

조지타운대 더그 블래키스턴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담배박가시나방의 애벌레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주면서 특정 냄새를 풍겨 그 냄새를 피하도록 훈련한 다음 나비가 됐을 때 그 냄새를 기억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훈련을 받는 애벌레가 만든 번데기에서 나온 나방은 애벌레 시절에 맡은 냄새를 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방이 애벌레 시절에 학습한 것을 계속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애벌레의 뇌 성숙도도 기억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에서 깬 지 3주가 안된 애벌레들은 훈련을 받아도 나방이 됐을 때 그 냄새를 피하지 않은 반면 번데기가 되기 직전에 훈련을 받은 애벌레는 그 냄새에 대한 기억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나비와 나방 등 인시류 곤충이 변태과정을 겪어도 애벌레 시절에 형성된 기억을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변태를 겪는 동물의 중추신경계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결과로 평가된다.

블래키스턴 박사는 “과학자들은 지난 100여년간 변태과정에서 기억이 유지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며 “앞으로 수생 척추동물의 학습과 기억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랙키스턴 박사의 이 연구가 결실을 맺을 경우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하는지의 여부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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