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9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국경없는 자본 ‘국부펀드’ 금융 새강자 돌풍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16 17:51

수정 2014.11.07 08:21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힘의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은 금융상품과 투자펀드의 규모와 방향성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장은 16일 제9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펀드 가운데 연금펀드와 뮤추얼펀드는 각각 24조달러, 22조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특히 국부펀드는 외환보유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각국이 설립에 앞다퉈 나서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국부펀드의 성장은 글로벌 유동성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중동, 아시아계 국부펀드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 규제보다는 인센티브제 필요

국제 금융시장은 아직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초래한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담보를 갖고 높게 설계된 고도의 금융공학 상품에서부터 무너졌다.
헤지펀드는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고 몇몇 IB들은 환매조건부채권(RP)과 저당을 통해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결국 장외파생상품시장(OTC)의 투명성 결여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장은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힘의 이동’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IB의 기회들에 대해 설명했다.

김 원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 대신에 좀 더 나은 인센티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규제도 다음 금융위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IB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안정성과 금융 혁신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원장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유동성과 금융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금융 중개 시스템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의 IB 미래에 대해 “영국 합동 은행은 공해 산업체 등에는 대출을 제한하고 네덜란드 Triolos 은행은 태양에너지를 개발하고 유기 신용카드를 선보였다”며 “교토의정서 사례처럼 금융이 환경문제에 해답을 줬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큰손’ 캘퍼스를 벤치마킹하라

글로벌 증시의 대표적인 큰손 캘퍼스(CalPERS·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는 미국 사모펀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헨리 존스 캘퍼스 연금운영이사는 이날 ‘캘퍼스가 글로벌 투자 시대에서 항해하는 방법’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캘퍼스 특유의 투자 철학을 소개했다.

존스 이사는 “우리는 수십억달러를 앞으로 다가올 몇 십년간 새로운 자산들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런 투자 행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며 장기 투자가로서 캘퍼스만의 투자 철학에 입각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대규모 펀드의 경쟁력이 향후 투자금융시장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는 “우리의 규모는 매우 크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의해 좌초되거나 휘말리지 않는다”면서 “작은 펀드에 가입한 회원들은 시장 변동성에 멀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캘퍼스는 작은 규모의 투자가들보다 시장의 트렌드에 대해 더 느리게 반응한다”면서 “대신 우리는 일반적인 투자가들보다 길게는 최고 30년까지 더 멀리 관측을 한다”고 설명했다.

■HSBC와 헤지펀드가 20년간 배운 교훈

“최고의 순간이자 최악의 순간이었다.”

프랭크 패커드 HSBC증권 북아시아 대안투자그룹 헤드는 이날 ‘20년간 HSBC와 헤지펀드가 배운 교훈’이라는 주제강연에서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인용하며 “글로벌시장에서 IB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시간에 따른 적절한 투자전략과 확고한 매니저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패커드 헤드는 “20여년 전 헤지펀드는 부자들만 투자하는 독특한 투자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투자한다며 15년 동안 헤지펀드 산업은 번영했고 최고의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HSBC 대안투자그룹은 HSBC 헤지펀드 그룹 및 헤지펀드 위임 그룹 등에 투자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대안투자에 5270억달러를 투자하며 세계 5대 헤지펀드로 성장했다. 125명의 매니저들이 전 세계 9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전략과 매니저 선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전략 성과는 시간 경과 및 자금 적용 과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략분석이 중요하다”며 “주요한 경영인은 제격인 매니저가 정확한 시간에 자금을 배정하게 이끌 수 있어 매니저의 선택 역시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국 침체 영향 한국 과거보다 덜하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이머징 아시아의 수출 중심 경제는 제조 분야에 타격을 입게 되며 아시아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8.5%에서 올해 7.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데이비드 페르난데즈 JP모건 체이스 은행 아시아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뱅킹, 경제와 비즈니스의 교집합’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페르난데즈 센터장은 “중국과 인도는 미국의 블랙홀 이론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은 GDP 성장률이 10.5%에서 10.3%로 소폭 성장세가 낮아지고 인도도 7.5%에서 7%로 0.5%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지역 내의 수요는 외부 충격에 과거보다 좀 더 탄력적으로 반응한다”며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가더라도 아시아의 정책 입안자들은 유동성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미국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과거보다 덜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수출은 분야별로 잘 분산되고 사상 최대의 기록적인 조선 분야 사전 수주 물량은 미국 경기침체의 충격으로부터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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