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한민국 60년,우리 생활을 바꾼 발명품] 반도체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11 17:00

수정 2014.11.06 06:40



한국인에게 있어 쌀이 가장 중요한 먹거리이듯이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비유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마법의 돌’로 불린다. 그만큼 핵심산업이며 중요한 산업임을 표현한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중추이자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일품목으로 우리나라 수출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연평균 12.9%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대표적 품목이다.


한국산 반도체가 전 세계 휴대폰, PC, 디지털TV, 자동차 등 헤아릴 수 없는 전자기기에 장착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이면서 가장 저장용량이 많은 반도체를 선보이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제 반도체는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한국경제의 성장을 대변하는 ‘신화적 품목’이자 ‘자존심’이 돼 버렸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듯이 한국은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던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 ‘백사장의 모래’를 ‘쌀’로 바꾸는 ‘마법’을 발휘했다.

■반도체란

전기전도도에 따라 물질을 분류하면 크게 도체, 반도체, 부도체로 나뉜다. 반도체는 순수한 상태에서 부도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지만 불순물의 첨가에 의해 전기전도도가 늘어나기도 하고 빛이나 열에너지에 의해 일시적으로 전기전도성을 갖기도 한다.

주기율표상에 14족에 위치하는 게르마늄(Ge), 실리콘(Si) 등이 대표적인 반도체이다. 초창기에는 게르마늄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실리콘에 13족의 붕소(B)나 15족의 인(P) 등을 첨가하여 사용한다. 최근에는 13족과 15족의 화합물 반도체가 쓰이기도 하며 갈륨비소(GaAs:gallium arsenide)나 인듐인(InP:indium phospide) 등이 있다.

순수한 반도체는 14족 원소로 이루어져 모든 전자가 공유결합을 이룬다. 여기에 15족 원소를 첨가하면 잉여전자가 발생하여 n형 반도체가 되며 13족 원소를 첨가하면 반대로 전자가 부족하게 되어 정공으로 이루어진 p형 반도체가 된다.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를 붙여 놓으면 p형 반도체에서 n형 반도체 방향으로는 전류가 잘 흐르며 반대방향으로는 거의 흐르지 않는 정류작용이 일어난다. 이러한 소자를 다이오드(diode)라고 하며 이것이 반도체 소자의 기본이 된다.

반도체는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으로 이루어진 집적회로소자 이외에도 열전자방출소자, 전자식 카메라의 전하결합소자(CCD:charge coupled device) 등 첨단 전자산업 부문에 넓게 응용되고 있으며 태양전지나 발광소자에도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 있어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반도체를 ‘마법의 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인이 선택한 발명품 7위

본지가 전국 20세 이상 70세 미만의 성인 남녀 49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건국 60주년 60가지 발명품 선정 조사에서도 반도체는 ‘한국인의 삶에 가장 영향을 끼친 전체 발명품’ 중 7위(전체 기준)를 차지했다. 그 중 남성 응답자 84명(2.8%)이 반도체를 한국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발명품으로 지목했다. 여성의 경우 다소 낮아져 18명(0.9%)이 반도체를 선택했다.

반도체에 대한 연령별 조사결과는 20대가 65명(2.4%), 30대 101명(5.4%), 40∼50대 10명(2.5%) 등이었다.

■반도체는 한국인의 창조적 산물

한국 반도체산업의 역사는 한마디로 한국경제와 함께한 도전과 창조의 시간이었다.

지난 1983년이었다. 당시 일본이 세계 반도체시장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돌연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반도체 기술인 64KD램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뜻밖의 일이라 해외에선 “설마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가능하겠어”라고 믿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이른바 ‘도쿄 구상’을 시금석으로 사활을 걸었다. 당시로선 무모한 도전이란 여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의 의지는 확고했다.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꿈은 이뤄지는 것일까. 삼성전자는 결국 64KD램 기술을 개발했다.

1984년에는 256KD램도 개발했다. 역사적 순간이다. 일본과 미국은 놀라다 못해 당황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1MD램과 4MD램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1992년에 무려 1192만달러 매출로 세계 D램 1위를 달성했다. 불과 10여년의 기간에 세계 반도체시장을 정복한 것.

삼성전자는 여세를 몰아 지난 1994년에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발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독주체제를 굳혔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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