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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기자수첩]열두 자리 숫자의 반란


12개로 이뤄진 숫자가 있다. 인터넷 상에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 각 장비마다 가지고 있어야 하는 주소, IP 주소다. 이 12자리로 이루어진 IP 주소들은 무한정일까. 그렇지 않다. IPv4(인터넷 프로토콜 버전 4) 체계를 사용하는 이 주소는 약 43억개가 사용 가능한데, 벌써 85%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및 아태지역 인터넷주소관리기구(APNIC)는 인터넷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IPv4 주소가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바닥날 것이라 예측했다.

IPv4 주소의 고갈 문제는 10년 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다. IPv6이 대안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IPv6이란 32비트의 IPv4를 대신할 128비트의 새로운 IP체계다.

이미 각국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월 5일 총무성과 인터넷협회, 전기통신사업자연맹, JPNIC 등 13개 인터넷 단체들이 IPv4 주소 고갈에 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공식 발족시켰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대다수 정부기관이 IPv6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치했고, 유럽은 2010년까지 상용 네트워크의 25%를 IPv6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국은 어떨까. 아직 IPv4에서 IPv6으로의 전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의 통계나, 일반 사용자들이 언제 새 주소를 사용하게 될지 예측치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이를 관장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은 KT 등 통신망을 가진 업자들이 IPv6을 지원하지 않는 구형 장비들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은 라우터 등을 교체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기업 양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EIU가 조사한 IT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올해 8위로 곤두박질쳤다. 인프라 투자가 없다면, IT코리아라는 ‘위명’은 언제라도 덧없는 ‘허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fxman@fnnews.com백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