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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病주네’ 제약사 시름



요즘 국내 제약업계가 환율 불안으로 인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원·달러, 엔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하면서 환차손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의 경우 의약품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명인제약 이행명 사장은 14일 “지난 4∼5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원료 가격도 대폭 올랐다. 여기에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환율이 100원 오르면 약 1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 지금은 수입대금 결제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소 제약사는 원료 수입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곧 의약품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의약품 수급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 제약사뿐 아니라 완제의약품 수입의존도가 큰 대형 제약사도 환율 상승으로 매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수입 완제의약품은 매출의 90%가 물품 구입비용, 영업비용, 로열티 지급 등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10%에서 이익을 남긴다”면서 “환율마저 급등해 이 같은 이익률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약값을 인상해서라도 이익률을 맞추고 싶지만 정부가 보험약값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임의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 따라서 예전 같은 가격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형편이다.

원료 수입과 완제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업계 4위의 대웅제약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0.07% 하락할 것으로 제약업계는 추정했다. 즉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영업이익률은 7% 내려간다는 뜻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수입해서 판매하는 신약이 많아 환율 상승에 따른 피해가 있지만 계약 당시 환율이 많이 흔들릴 경우 약가를 재조정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며 “환율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재협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 완제의약품 비중(약 60%)이 높은 제일약품은 최근 환율 상승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대부분의 제품을 원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문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의약품을 거래하는 제약사가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어 국내 지사와 원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국계 제약사의 한국지사가 본사로 수익금을 송부할 때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률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제품 공급가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또한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talk@fnnews.com조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