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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가 ‘만병통치약’인가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22:21

수정 2014.11.05 11:16



기획재정부가 최근 3차 공기업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해당 공기업들이 내놓은 반응들이다.

부실경영, 사업독점, 기술부진 등 각 공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민영화, 민간부문 활성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자칫 알짜배기 사업을 사기업에 넘겨줘 ‘졸부 기업’을 만들어 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는 만병통치약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2007년 말 현재 시장점유율은 60%로 나머지 40%를 에너지기업과 도시가스업자 등 28개 민간 사업자가 나눠 갖고 있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난방공사의 신규사업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민간업자의 입지를 확대시켜 가격 인하와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난방공사의 예상은 전혀 다르다.


난방 사업은 지역을 분할해 독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난방공사는 판단하고 있다. 결국 공사의 사업규제는 민간업체 키워주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기술은 핵심 원천기술이 없어 독자적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설계 자립도가 95%에 이르지만 핵심설계 코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가 갖고 있어 한국전력기술은 국내 설계에만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뿐 기술수출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분의 40%를 매각해 상장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 업체의 참여가 없는 한 공허한 민영화가 될 우려가 있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국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기술 개발 이전에 해외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지분을 일부 외국업체에 주고 전략적 제휴를 맺어 기술 사용권을 얻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분매각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공기업의 지분을 처분하는 문제 역시 최근과 같은 증시와 경제 상황에서 공모가격이 낮아지는 등 우량 공기업을 헐값에 매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참여 ‘무리수’

한전KPS는 원자력발전 정비분야를 독점하고 있고 수력, 화력정비 분야 80%을 점유하고 있다. 민간업체 6곳이 있지만 워낙 독점이 심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KPS를 민영화한다면 독점 시장과 기술력을 민간업체에 넘겨주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KPS 관계자는 “민간 업체는 기술력이 상당히 떨어져 현재는 우리와 경쟁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들 업체를 양성하고 물량을 배분해 유효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 정부 목표”라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요금 인상을 우려한 국민의 반발로 정부가 민영화를 포기하는 대신 민간업체와 경쟁을 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가스를 구입해 국내 비축기지에 저장한 뒤 각 지역 도시가스사나 발전회사에 도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들여온 가스를 도입원가 그대로 ‘노마진’ 판매하고 있으며 저장, 배관 유지관리 등 공급비만을 단가에 붙여서 판매한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독점 사업이라는 이점 때문에 도입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 사업자에게 공급권을 떼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가스공사 관계자는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싼 물건을 놔두고 비싼 가스를 골라 수입하겠느냐”면서 “향후 민간기업이 기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하지 않으면 수입원가 하락 여부를 비교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간기업은 현재처럼 노마진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가스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마저 있다.

■경영혁신 ‘오리무중’

한국가스기술공사는 가스공사 자회사로 천연가스 인수기지 및 공급 설비의 정비·보수를 독점하고 있다.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목적외 사업 폐지, 10% 구조조정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매각 또는 폐지 결정된 집단에너지 사업, 공공건설, 조명등 설치, 지열 에너지 활용 등은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것이 기술공사의 해명이다.

또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매출과 실적을 평가하면서 자체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방만경영으로 낙인찍힌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0% 구조조정안’ 역시 조직과 예산, 인력 어느 것을 10%로 조정하라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한전의 경우 경영효율화, 내부경쟁 강화, 발전사 경영효율화, 획일적 요금체계 개편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원은 2001년부터 구체화된 한전의 구조개편이 중단된 데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수박 겉핥기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지보수 민간위탁, 자회사 업무 이관, 지점 축소, 영업인력 감축, 독립사업부제 등은 이미 실시 중인 내용이다. 발전자회사간 발전경쟁 강화 방안 강구는 한전 내외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선언적 내용에 불과하다.


한전 담당자조차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받아보기 전엔 재정부의 발표만으로 내용 파악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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