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의 ‘세상 돌보기’..김치처럼 화끈하고 연탄불만큼 뜨겁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4 17:05

수정 2008.12.04 17:05

2008년의 찬 겨울이 중심부에 들어서고 있다.

올 겨울은 어느 해 겨울보다 마음이 뼈속까지 춥다.

10년 전 겨울에 느꼈던 살을 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다시 찾아왔다.

전국 곳곳에서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고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된 샐러리맨 전력의 사람들이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가 하면 내년을 걱정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맘 때쯤 들려오던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도 듣기 어렵다. 불우한 이웃을 찾는 사람이나 기업도 예년 같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더욱 더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고 섬뜩하게 만든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경색과 함께 찾아온 2008년 겨울 한 귀퉁이에서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들의 훈훈한 소식도 전해진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와 함께 소외된 계층을 위해 햅쌀(20㎏) 1만포대를 전달키로 했다.

쌀과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김장김치를 제공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을 비롯, SK그룹 임직원들은 행복김치 5만5000여포기를 직접 만들어 6000여 소외계층 가구에 전달했다.

자금난 루머의 악재 속에서 고통받던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세중)에 불우이웃돕기성금 30억원을 지난 1일 기부, 대기업으로서 올해 첫 연말 기부 바람을 일으켰다. 세계 자동차 시장 침체 및 내수 악화로 한달여간 공장 문을 닫는 GM대우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마련하는 등 나눔의 행복 경영을 폈다.

아랫목을 데워줄 연탄을 마련, 소외계층과 함께 훈훈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기업도 많다.

STX그룹은 최근 저소득 가정에 연탄 1만장을 배달, 나눔의 즐거움을 실천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있기에 글로벌 신용경색과 함께 찾아온 2008년 겨울도 마냥 춥지만은 않다. 그래서 마음이 더 추운 이번 겨울도 끝이 보인다.

▲ GS칼텍스는 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공동으로 개최한 자연가습기 ‘러브팟나눔’ 출시행사에서 참가 어린이와 관계자들에 제품을 선보였다.‘러브팟’은 전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가습기로 판매금 전액이 불우이웃돕기에 기부된다. /사진=박범준기자


■“이웃사랑은 지금 호황입니다”

2008년 겨울 글로벌 경제위기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기업이지만 나눔경영에 대한 의지만은 여전히 훈훈하다.

삼성, LG, SK, GS 금호아시아나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헌혈, 연탄배달, 김장김치 나누기 등의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소외계층을 돌보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있기에 2008년 대한민국은 그나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삼성전자는 사업장별로 '사랑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에 나섰다.

경기 수원·기흥·화성, 충남 천안, 경북 구미, 충남 탕정 등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외국인 사원, 1사1촌 자매마을 주민 등 총 4000여명이 참여해 4만㎏의 사랑의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홀몸노인, 장애인 복지시설,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사내식당에서 진행된 김장 담그기 행사에는 삼성전자 연구원 및 외국사원 주부 봉사단 등 350여명이 참여해 직접 김장김치 4000포기, 600박스를 담았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경기지역 장애인 단체시설, 홀몸노인 세대,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복지시설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삼성SDI 울산사업장(공장장 김동훈)은 임직원 및 임직원가족이 참여하는 '희망 배추, 나눔 수확' 행사를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한사랑 주부봉사회는 2일 회사 인근 주말농장에서 배추 1200여포기를 수확해 노인요양시설인 통도사 자비원에 김장용으로 전달하고 나머지 500여포기는 김장을 담가 나사함 복지센터에 전달한다.

이번 '희망 배추, 나눔 수확' 행사는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임직원과 자녀들이 청소년봉사교실 활동의 일환으로 회사 인근 주말농장에 배추 모종심기를 실시해 4개월간의 제초작업 및 거름주기 등 관리 끝에 수확한 것이다.

■매년 김장김치 나누기는 기본

LG전자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3동 4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와 우리농산물 장터를 열고 어린이재단에 8000여포기의 김치를 기부했다. 김장용 배추는 모두 농협 또는 자매결연을 한 농가에서 구입됐다.

이날 행사에는 LG전자 임직원 및 가족, LG전자 대학생 사회봉사단인 레츠고 봉사단, 장애인 재활협회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LG전자는 12월 초까지 전국 사업장에서 소외 이웃들을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는 물론 자매결연 한 사업장 인근 지역의 농산물 판매를 계속할 예정이다.

LG화학은 11월부터 연말까지 '희망 가득한 교실 만들기', '사랑의 연탄 나눔', '저소득 가정 도배·장판 교체' 등 본사 및 지방 사업장의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에 위치한 기술연구원은 석·박사 연구원을 중심으로 자혜원 등 보육시설을 찾아 청소년 대상 '주니어 공학교실'을 개최하고 있다. 전남 여수공장은 11월 말에 어려운 이웃을 찾아 1000만원어치의 가정용 연탄을 전달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부사장 박상훈)와 울산시 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28일 울산시 중구 동천체육관 앞 광장에서 자원봉사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5회 행복 나눔 김장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은 SK에너지가 준비한 배추 1만5000포기와 무 3800개, 양념 등으로 김장을 담가 울산시 사회복지협의회, 장애인 총연합회 등 75개 사회복지센터와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3천여 가구에 전달했다.

SKC와 SK텔레시스도 연말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행복나눔 김장 담그기 자원봉사를 3일 열었다. 이날 김장 봉사활동은 최신원 회장 등 양사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양평 가루매 농촌체험마을에서 진행됐다.

이번 김장 봉사활동에서 마련한 3000여포기(약 7t 규모)의 김장 김치는 '먹거리 나누기 운동협의회' 등에 전달해 어렵거나 소외된 아동 급식시설, 복지단체 등에 전해질 예정이다.

■외진곳까지 퍼져가는 나눔경영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울산 동구 서부축구장에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가졌다.

올해 18년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임직원 및 직원 부인, 지역 주부 등 1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김장 비용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의류·도서·생활용품 등을 기증, 판매한 자선바자를 통해 마련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역 주부들도 김장 담그기에 동참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임직원 부인, 고객사의 외국인 감독관 부인, 현대주부대학 총동창회 등이 정성껏 김치를 담갔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5년째 백혈병·소아암협회 소속 가정에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회가 음악공연을 열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백혈병·소아암 환자 부모들도 김장 담그기에 참여했다.

■임직원 뭉쳐 봉사활동 구슬땀

기아차 직원들이 연말을 맞아 다문화 가정 여성들과 함께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쳤다. 기아차 우리사주조합 대의원 50여명과 군산 사랑의 열매 봉사단 회원 및 다문화 가정 주부 40여명은 27일 전북 군산지역 피난민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결손가정, 장애우 등 120여세대를 위한 겨울나기 김장 김치 담그기에 참여했다.

GM대우자동차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 등 외국인 임직원과 GM대우 사회봉사단 등 250여명이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갔다.

사회복지법인 GM대우한마음재단은 지난달 22일 GM대우 부평 본사 홍보관에서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열고 김치 8t을 경인지역 저소득층 250세대와 사회복지기관 29곳에 전달했다. 김장 담그기 행사는 부평 이외에도 군산, 충남 보령, 경남 창원 등 각 지방사업장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그리말디 사장은 "김장담그기 행사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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