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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너마저..감원 ‘칼바람’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4 23:02

수정 2008.12.24 23:02



불황을 모른다던 게임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게임 개발사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A부터 10% 감원…절반 내보내기도

다국적 게임개발사 일렉트로닉 아츠(EA·Electronic Arts)는 최근 개발인력의 600여명을 해고한 데 이어 400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방침이다. 전체 인원의 10%가량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EA는 또 내부 개발스튜디오 가운데 최소한 9개를 구조 조정하거나 폐쇄하고 성공 가능성이 작은 타이틀은 아예 출시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EA는 내년 3월 31일까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해 연 1억2000만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EA마저 이럴 정도니 중견 회사들은 더하다. ‘모탈컴뱃’으로 유명한 제작사 미드웨이는 파산 위기에 처해 오스틴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개발 중이던 타이틀 일부에 대한 개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는 전체 인력의 25%를 감원할 예정이다.

히트작인 ‘콜 오브 듀티4’와 ‘심즈’ 등의 게임을 매킨토시용으로 개발하던 아스파이어 미디어(Aspyr Media)도 인원 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직원 일부를 해고할 방침이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해 왔던 팩터 5는 지난주 인력의 절반인 38명의 직원을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넥슨·CJ인터넷 등 국내사들도 구조조정 돌입

‘사상 최대의 호황’이라던 국내 게임시장도 허리띠 졸라매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넥슨과 CJ인터넷을 비롯한 다수의 회사들이 내년 1·4분기를 목표로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퍼블리싱에 실패한 게임들 위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성과가 미진했던 게임들 관련 인력이 정리되는 것이며 감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미 회사 안팎에서는 떠나게 될 인원이 100명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J인터넷은 개발부서 위주로 몸집을 줄이는 인력개편을 통해 이미 지난 10월 초 전체 직원의 15%가량을 감원했다.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프리챌도 11월 말 20%가량의 인원을 줄이면서 게임 부문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YNK 코리아와 예당온라인 역시 최근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소규모 인원이 회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채용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자연 감소 방향으로 인력계획의 가닥을 잡았다. 정욱 NHN 한게임 그룹장은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당분간 신규 채용 계획은 힘들 것 같다”며 “자연감소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구조조정…‘1분기 잔혹사’ 소문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게임업계의 감원 움직임은 내년에 닥칠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조치로 보고 있다. 비디오 게임산업의 매출 감소와 경기침체가 맞물리자 미리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1·4분기엔 본격적인 감원태풍이 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단 이번 구조조정은 신규 게임들의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탓이란 주장도 있다.
‘아이온’ 돌풍으로 타 업체들이 밀려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아이온의 월매출은 5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중소 게임업체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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