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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010번호’ 약일까 독일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5 21:42

수정 2008.12.25 21:42



토종기술로 4세대(G) 이동통신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과연 이동전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최근 정부가 와이브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음성전화서비스를 허용하고 010번호를 부여키로 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에 010번호를 부여키로 한 데 이어 내년에도 활성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내년에는 현재 KT, SK텔레콤 외에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를 하나 더 허가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와이브로 시장이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와이브로시장에 진입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2012년까지 와이브로 시장 3300억원…투자액은 2조원

정부가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달리 시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방통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공식 예측자료를 인용해 오는 2012년 4월까지 와이브로 시장이 33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입자는 107만명으로 전망했다.

KT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해 총 1조원, SK텔레콤이 총 8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시장크기 자체가 투자액의 6분의 1에 그치는 셈이다. 투자한 뒤 수익을 내는 것은 고사하고 투자액조차 건지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초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통신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2012년 이후 와이브로 사업자가 사업을 지속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브로 이동전화 시장성도 “글쎄∼”

정부가 와이브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동전화 기능을 추가하는 처방전을 내놨지만 와이브로 이동전화의 시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요금면에서는 와이브로 이동전화가 10초당 13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여 10초당 18원인 일반 이동전화보다 경쟁력이 있다. 소비자들이 솔깃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와이브로 이동전화를 쓰더라도 일반 이동전화를 해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와이브로만으로 전국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려면 KT와 SK텔레콤이 전국 방방곡곡에다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하는데 사업자들이 투자를 줄이기 위해 대도시 일부 지역에만 망을 깔 예정이어서 와이브로 통화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일반 이동전화를 사용해야 통화를 할 수 있다.

KT는 자회사인 KTF와 망을 연동해 와이브로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통화지역 밖에서는 KTF 이동전화 망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와이브로 휴대폰 안에 와이브로 전화번호와 KTF 이동전화 번호를 모두 넣어둔다는 말이다. 더구나 KT와이브로에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이 망을 연동해 주지 않으면 휴대폰을 두 대씩 들고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 실정이다.

이런 불투명한 시장성 때문에 정부가 와이브로 이동전화를 허용했지만 SK텔레콤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방통위, 내년 새 사업자 허가예정…시장 활기 기대

방통위는 내년 6월께 와이브로 새 사업자를 허가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이 반납한 와이브로 주파수가 남아있는데 이를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 허가에 쓸 예정이다.
케이블TV협회가 새 와이브로 사업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새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고 와이브로 이동전화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와이브로 시장도 자연스럽게 활기를 띨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의 투자확대를 강권하고 새 사업자를 진입시켜 경쟁을 유발하는 강공책보다는 시장흐름에 민감한 기업의 판단을 존중하는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며 “4세대 이동통신이 본격화되기 전에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를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통신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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