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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무선 통합이 글로벌 대세라고?



글로벌 통신시장의 트렌드가 유·무선 통합이냐, 아니면 분리냐를 놓고 KT와 SK텔레콤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KT가 KTF와의 합병 추진을 선언하면서 유·무선 통신회사의 한몸되기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주장하자 SK텔레콤이 오히려 “필수설비를 보유한 통신업체로부터 네트워크를 분리해 내는 것이 세계적 대세”라고 반박하고 나서 진실게임이 벌어진 것.

양측의 주장은 상반돼 보이지만 업체들의 사업구조를 KT와 SK텔레콤이 자사 입장에 맞춰 제각각 해석하고 있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T는 한 회사가 유선과 무선통신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례를 산술적으로 더해 수치를 제시했다. 반대로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을 한 회사에서 제공하느냐 여부는 빼고 통신회사의 필수설비 네트워크를 분리했느냐 여부만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례는 전형적 ‘아전인수’식 해석

K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나라 중 이탈리아, 덴마크 등 11개 나라가 유선과 무선통신 서비스를 단일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이탈리아를 제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6년 유선통신회사 텔레콤이탈리아(TI)가 무선통신 자회사 텔레콤이탈리아모바일(TIM)을 합병해 유선과 무선통신회사가 한몸이 됐다.

그런데 SK텔레콤은 TI가 필수설비를 분리한 대표사례라며 KT를 반박하는 자료로 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시장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TI의 시내망과 IP망을 완전히 분리해 별도의 회사를 만들도록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TI를, 영국 BT가 유·무선 통합을 하면서 오픈리치라는 자회사로 필수설비 관리회사를 분리한 것과 같은 모델로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TI 사례는 유·무선 통신업체를 한몸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KT의 주장도 맞고 시내망 같은 필수설비를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는 점에서 SK텔레콤 주장도 맞아 ‘양날의 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AT&T나 영국 BT 사례도 KT와 SK텔레콤 양쪽에 아전인수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문가들 “글로벌 추세는 없다”…데이터 해석 오류 지적

정보통신 분야 한 전문가는 “세계 각국은 나라별로 IT산업 상황과 경쟁정책 틀에 맞춰 서로 다른 규제철학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더하고 일반화시켜 세계적 추세라고 단정짓는 것은 큰 오류를 낳는 위험한 데이터가 된다”며 KT-SK텔레콤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우리나라는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휴대폰, 장비산업도 공존하는 세계적 차별성을 가진 나라여서 다른 나라의 정책 흐름을 일방적으로 모방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KT나 이를 막으려는 SK텔레콤 모두 ‘글로벌 트렌드’를 명분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경쟁상황과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