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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우주 ‘랑데부’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6 16:11

수정 2009.04.26 16:11



우주선끼리의 ‘랑데부’(2개의 우주선이 같은 궤도로 우주공간에서 만나 서로 나란히 비행하는 것)라 불리는 도킹은 장거리 우주 비행뿐만 아니라 우주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비행기술이다.

하지만 시속 2만7800㎞ 이상의 속도로 우주 공간에서 비행을 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랑데부’에 성공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진행 도중 컴퓨터가 고장날 수도 있고 또 예기치 않은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어 우주선끼리의 ‘랑데부’는 우주선 비행 임무 가운데 가장 위험한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랑데부’를 진행하는 우주선에는 아주 괴상한 비밀이 한 가지 숨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진행되는 ‘랑데부’의 괴상한 비밀은 무엇일까.

만약 여러분이 우주선을 조정하고 있고, 앞에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국제우주정거장은 시속 2만7800㎞로 비행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우주선은 국제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 있지만 거리로는 약 40여㎞ 뒤에 있다면 여러분은 ‘랑데부’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분이 탄 우주선의 속도를 증속시켜 국제 우주정거장에 접근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여러분이 국제 우주정거장에 가까워지기 위해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여러분의 우주선은 국제 우주정거장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야 그 간격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우주의 지구궤도에서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우주 정거장과 ‘랑데부’를 해야 하는 우주선은 국제 우주정거장과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우주정거장과 멀어지려면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왜 이렇게 엉뚱하게 조종을 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과 우주비행체의 궤도비행에 비밀이 숨어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비행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비행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돌멩이를 던질 때 돌멩이의 속도가 지구에서 잡아당기는 힘보다 더 빠르면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속력이 줄어들어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보다 작아지면 땅으로 떨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이 때문에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낮은 궤도의 인공위성은 상대적으로 중력의 힘이 적게 작용하는 높은 궤도의 인공위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하게 된다. 이런 궤도별 위성의 속도 및 변화를 ‘궤도역학’이라 한다.

이런 궤도역학적 특징 때문에 우주 공간에 진입한 우주선은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로켓 엔진을 더 분사하여 현재보다 더 높은 궤도로 이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주선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더 낮은 궤도로 진입하면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랑데부’에서도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며 국제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 진입하여 ‘랑데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어떤 식으로 국제 우주정거장과 ‘랑데부’를 하게 될까.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다단로켓의 강력한 추진력 때문에 보통은 국제 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은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후 우주선은 국제 우주정거장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국제 우주정거장의 반대 방향으로 로켓을 분사하게 된다.


그러면 우주선은 궤도가 낮아지면서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서로 ‘랑데부’를 할 수 있는 상대속도 ‘0’에 도달하게 된다.

/(글: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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