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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발목잡힌 방통위..올해도 허송세월?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6 22:19

수정 2009.04.26 22:19



“국회, 해도 너무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올 1년을 허송세월할 위기에 처했다. 시급한 관련 법안들이 대부분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방통위는 1기 방통위원들의 3년 임기 가운데 2년을 방송통신 융합산업에 대한 법률 근거조차 없이 흘려보내야 할 판이 됐다.

방송통신 융합의 법적인 기반을 정해 놓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나, 올 하반기 주파수를 재분배할 때 경매제 같은 시장기능을 도입하기로 한 전파법,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으로 시장경쟁을 강화하기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등 방통위의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묶여 올해 안에 햇빛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와 방통위 관계자들은 “오는 30일 끝나는 4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는 이들 주요 법률들을 처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총장을 신설해 실무업무는 사무국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도 지난 22일 문방위에 상정됐으나 본회의 의결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률이 만들어지려면 일단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한 뒤 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어 상임위 의결을 마친 뒤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방통위의 주요 법안들은 문방위에 상정되는 1단계 절차를 밟은 뒤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낮잠을 자게 된 처지다.

4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는 법률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국회와 방통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6월로 예상되는 임시국회는 방송법, 신문법 같은 미디어법 논란이 본격화되는 시기여서 국회가 방통위 실질업무를 다룰 법률을 검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9월에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 등으로 법률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게 국회의 관행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기본법이 없으면 방송통신발전기금 설치와 사용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 없고, 방송통신산업 기술개발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파법 개정이 미뤄져 올 하반기로 예정된 주파수 재할당 정책도 공중에 붕 뜨게 됐다. 경매제 개념을 도입해 투명하게 주파수를 재분배한다는 게 방통위 전략이었는데, 법률 개정이 늦어지면 사업계획서 심사로 주파수를 할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또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결국 국회가 투명한 주파수 정책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방통위설치법은 사무총장을 신설해 하급 공무원 인사제도나 방통위 내부의 세부업무 조정 같은 실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법이다.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인데 역시 국회에 잡혔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정치적 민감성이 없는 실무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향적으로 검토해 정부가 법률에 기반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문방위 의원들이 법률심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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