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변종곤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4 08:38

수정 2009.05.04 09:59


■변종곤, 예술 속의 대가들展

오래된 바이올린, 고장난 시계,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골동품 액자…. 이처럼 세월의 손때가 진하게 묻은 물건들에, 재미작가 변종곤(61)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버려진 폐품 위에 극사실주의 회화를 그려 넣는 독특하고 풍자적인 그의 작업은 미국에서는 이미 유명해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조지아주의 알바니미술관, 오하이오주의 클리브랜드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작가가 오브제와 회화가 결합된 ‘앙상블라지’ 작업을 시작하게 된 시기는 1981년. 대구에서 고교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철수한 미군 비행장을 소재로 한 회화로 1978년 제1회 동아미술상 대상을 받으면서 화단에 이름을 알렸지만 다분히 체제 비판적인 작업을 지속하다가 당시 스스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물감만 챙겨서 도망치듯 도미했다. 이후 뉴욕의 빈민가인 할렘에서 3년간 생활하면서 물감을 살 돈이 없어 폐기물을 주워 오브제로 사용하는 작업을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

변종곤은 “어떤 물건을 일상적인 용도에서 벗어나게 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잠재된 욕망이나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이는 진부한 것들에 대한 새로움의 시작이다”며 앙상블라지의 철학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여체(女體)를 닮은 첼로와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와 악기 케이스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왔다.
낡은 악기를 작품의 소재로 한 변종곤의 독특한 전시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컬럼스갤러리(02-3442-6301)에서 ‘예술 속의 대가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서울에서 여는 6년만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30년 전 뉴욕에서 산업 폐기물을 작품의 오브제로 시작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백미로 손꼽히는 현악기 시리즈 16점을 선보인다. 현악기와 악기 케이스에 고전적인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오일 페인팅을 그려넣어 더없이 우아하고 초현실적인 기품을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특히 작품 ‘VIENNA 1761’은 작가가 18년 전 뉴욕 경매에서 구입한 200년이 넘은 바이올린과 나무로 된 악기 케이스에 18세기 비엔나의 풍경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를 찬미하고 있다.

변종곤은 “현대미술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주로 백남준, 르네 마그리트, 만 레이,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 등 20세기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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