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으로 성장 날개 달자]

<2> 콘텐츠가 생명력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봤자 쓸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은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의 일관된 불만이다. 세계 최고의 유선인터넷 망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별볼 일 없는 모바일 콘텐츠는 무선인터넷 접속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구체적 집계는 어렵지만 업계는 현재 SK텔레콤과 KT(옛 KTF)의 무선인터넷 사이트에서 맛볼 수 있는 콘텐츠를 약 3만여개 선으로 추산한다. 애플의 ‘아이폰’ 가입자는 2000만명 정도인데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과 콘텐츠가 5만7000여개를 넘어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46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얼마나 빈약한지 가늠할 수 있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 줄어…악순환

빈약한 콘텐츠는 무선인터넷용 콘텐츠 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지난 2006년 2조원 규모였는데 매년 시장이 줄어 지난해에는 1조8792억원으로 줄었다.

다양한 콘텐츠가 없다 보니 무선인터넷 사용은 휴대폰 꾸미기나 문자메시지 전송 같은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만 형성돼 무선인터넷의 용도를 늘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콘텐츠 중 선호율 상위 5위에는 △벨소리 다운로드 △배경화면, 그림 다운로드 △통화연결음 설정 △장문 문자메시지 전송 △사진·그림 전송 등으로 짜여져 있다.

반면 일본의 무선인터넷 콘텐츠 상위 5위에는 △정보 및 검색서비스 △ e메일 주고받기 △교통정보 △벨소리 다운로드 △게임다운로드 순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무선인터넷이 인터넷 본연의 정보검색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LGT ‘오즈’, 유선과 똑같은 무선인터넷 성공사례

LG텔레콤의 ‘오즈(OZ)’는 국내 무선 인터넷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됐다. 서비스가 나온 지 1년 만에 80만명이 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오즈’가 단기간에 히트한 이유는 유선인터넷과 똑같이 휴대폰으로도 자유롭게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는 것. 월정액 6000원에 모바일콘텐츠를 1?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1?는 인터넷 2000∼4000페이지를 볼 수 있는 양이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 한 전문가는 “‘오즈’의 성공은 소비자들이 익숙한 유선인터넷처럼 다양한 볼거리만 있으면 무선 인터넷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상민 LG텔레콤 인터넷사업담당 상무도 “오즈는 개방형 모델, 실생활에 유용한 콘텐츠로 ‘무선인터넷은 볼 것 없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고 강조했다.

■난립하는 앱스토어, 정교한 정책 만들어야

콘텐츠 업계는 국내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부족한 이유를 폐쇄된 유통구조라고 지적한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유통구조를 틀어쥐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만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콘텐츠 산업을 악화시켰다는 것.

이 때문에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는 무선인터넷 망을 개방하고 개방시장인 앱스토어를 열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9월 말 열기로 했던 앱스토어를 7월 말 개장하기로 일정을 앞당겼다. 시장에 콘텐츠를 내놓을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 개발자 대상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수한 개발자에는 SK텔레콤 입사에 혜택을 주는 계획도 검토중이다.

KT와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국내 굴지의 업체들도 잇따라 앱스토어를 열고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닫혀 있던 유통구조를 개방하는 데는 정교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한 전문가는 “앱스토어가 난립하고 있는데 2∼3년이 지나면 성공한 시장과 실패한 시장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며 “앱스토어 시장 구조조정기에 콘텐츠 업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 앱스토어가 광고수익이나 콘텐츠 판매수익 배분 비율을 무기로 폐쇄적인 시장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잭적 감시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제도개선-콘텐츠 기술지원 필요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이 가장 골치 아파 하는 문제가 저작권 문제다. 가요 하나를 휴대폰 벨소리용으로 만들기 위해 저작권자와 이동통신 업체, 콘텐츠 업체간 수익배분이나 저작권 활용범위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콘텐츠를 제때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저작권 문제를 중재할 수 있는 정부나 민간의 중재기구가 만들어져야 콘텐츠 업체들이 콘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또 대기업인 이동통신 회사의 기술지원도 절실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유선인터넷 사이트들은 액티브X 프로그램 같은 기술을 이용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휴대폰에 이런 화려한 사이트를 볼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콘텐츠 업체가 개별적으로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콘텐츠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7∼8년 동안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성장하지 못한 원인을 입체적으로 따져 종합적이고 정교한 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 협력방안을 만들어야 무선인터넷 콘텐츠 산업을 키우고 무선인터넷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