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북한 ‘12·1 조치 해제’ 속내가 궁금!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1 17:50

수정 2009.08.21 17:50



북한이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로 지난해 12월 시행한 12·1조치를 9개월만인 21일 전격적으로 해제했다.

미국 여기자와 현대아산 직원 석방, 현대그룹과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 합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조문단 파견 등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한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치 않는 징후가 여전하지만 남북관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12·1조치 해제 배경과 의미는

앞서 북한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5개항을 합의했다. 이 중 하나로 북한은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었다.

이는 남측과 협의없이 북측 단독으로 이행할 수 있는 유일한 합의사항이었다.
조문단 파견 시점에 맞춰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12·1조치의 전면 철회로 볼 수 있다. 현대아산 직원 석방, 금강산 총격사건과 관련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발방지 약속, ‘12·1 조치’ 해제는 남북관계 일대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이를 원래 상태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북한의 속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인지, 현대측과 합의한 내용의 조속한 이행을 당국에 촉구하기 위한 액션인지 아직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후속조치·다음 수순은(?)

우선 북한은 다음 수순으로 ‘800연안호’ 석방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연안호만 석방되면 남북 당국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원점에서 하게 된다.

연안호 선원 4명은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갔다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 당시 북측은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해 이들의 억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배가 실수로 넘어 온 것”이라며 연안호 귀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해사 당국간 통신망을 통해 연안호 상황에 대해 북측에 문의했지만 북은 조사중이라고만 답했다”면서 “동해 군사통신망을 통해 연안호 송환을 북측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제안 수용 여부도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800연안호 송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만 끝나면 연안호는 바로 송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의 ‘선물’ 공세에 남측은 환영을 표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 복귀’ 등 기존의 대북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소통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및 중국과 공조 강화를 통해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기류를 한반도 긴장완화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 속에서 남북 당국간 협의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자연스러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일정한 절차를 거쳐 인도적 차원의 식량 및 비료 지원 논의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sykim@fnnews.com 김시영 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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