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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의 재발견] (6) 세계 천문학 현장을 찾아서-(3) 하와이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1 18:50

수정 2009.10.11 18:50



【하와이(미국)=이재원기자】인류가 우주를 바라본지 수천년, 아니 수만년이 지났지만 인류는 아직 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물론 20세기 우주과학자들이 이룬 성과는 놀라웠다.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 등 관측도구의 발달은 더 먼 곳까지 인간의 시야를 넓혀줬고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이라는 기막힌 이론을 발표하며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도 대부분 찾아냈다. 이제 우주가 대폭발(빅뱅)을 통해 생겨났다는 사실은 상식이 돼버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며 인류로부터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이를 포기하지 않고 우주탐색을 계속하는 과학자들이 깊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곳이 있다.
해가 떨어지며 시작되는 이들의 총성없는 전쟁은 이튿날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숨막히게 이어진다. 이들이 모여있는 곳,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위치한 마우나케아를 찾았다.

■왜 마우나케아인가

우주선진국들은 태평양 한 가운데 위치한 마우나케아에 저마다 최첨단 망원경을 설치하고 우주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지금 이곳엔 13개의 망원경들이 수많은 과학자들과 함께 저마다의 임무를 치열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마우나케아에 모인 것일까.

해발 4205m에 위치한 마우나케아 정상은 지구에서 우주가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곳 중 하나다.

우선 마우나케아는 별이 뿜어내는 빛을 가장 잘 전달받을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있다. 마우나케아가 있는 해발 4205m는 지구 대기권의 중간쯤에 위치해 빛이 대기에 흡수되는 것을 상당부분 막아준다. 광학망원경의 경우 빛이 있어야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이곳의 건조한 기후는 수분이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것도 최소화해준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광공해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우나케아 정상은 또 구름보다 높아 별을 가리지 않고 1년 365일 중 360일이 맑다고 할 정도로 날씨가 좋아 우주를 향한 시야가 늘 틔어있다. 산의 경사가 급하지 않아 대기가 안정적으로 흐른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주를 잘 관측하려면 망원경 렌즈가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대기 흐름이 필수적이다. 마우나케아가 위치한 북위 20도는 북반구의 모든 하늘과 남반구의 대부분의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와이대 국제태평양연구소 김형진 박사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산악 지형의 영향으로 비구름들의 발달이 비교적 낮은 고도로 제한되어 마우나케아 정상에선 대부분 맑은 날씨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망원경이 한자리에

이렇듯 좋은 환경을 갖고있는 마우나케아는 이젠 빈자리가 없을 만큼 각국 천문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하와이대학이 관리하는 마우나케아는 첨단 인프라가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완벽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선진국들은 앞다퉈 이곳을 선점했다. 그동안 천문학 투자에 무관심했던 우리에게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마우나케아 정상엔 11개국이 참여한 13개의 망원경들이 저마다 다른 임무를 띠고 우주 탐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망원경으론 케크(Keck)와 수바루(Subaru), 제미니(Gemini)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지름 10m급 망원경 두대가 나란히 놓인 ‘쌍둥이’ 케크는 캘리포니아공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미 항공우주국이 함께 만들었다.

지난 199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10m급 광학망원경 시대를 연 케크는 현재 우리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인지, 태양계 바깥에 있는 다른 행성에 생물체가 살고있는지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케크 바로 옆엔 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수바루 망원경이 있다. 케크가 1.8m급 6각형 거울 36개를 연결해 망원경을 만든 것과 달리 지난 1999년 완공된 수바루는 단일 거울로 8.3m급 망원경을 구현했다. 수바루 천문대 리에코 무라이는 “수바루는 거울 아래 위치한 216개 구동장치로 미세 조정을 통해 대기 굴절을 보정하고 있다”면서 “또 부경(보조거울)을 지지하는 구조가 남달리 튼튼해 1t짜리 관측장비도 얹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마우나케아의 마지막 자랑은 제미니 망원경이다. 미 국립천문대가 영국, 캐나다, 칠레, 호주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8.1m급 제미니 망원경은 북반구인 하와이와 남반구인 칠레에 각각 1개씩 설치돼 지구 전체를 관측하고 있다.
제미니는 은을 사용해 거울을 코팅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마우나케아엔 ‘서브밀리미터 어레이’ 등 전파망원경들도 자리하며 빛이 없는 어두운 우주까지 관찰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서구 대국민사업실장은 “천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마우나케아는 꿈의 장소”라면서 “이곳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기 위해 수많은 연구자들과 연구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공동기획=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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