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대학 포커스] 소통하는 리더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

■“전공교육도 국제인증..캠퍼스가 곧 글로벌 무대”

"21세기 인재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업무수행 역량, 그리고 글로벌 역량을 고루 갖춰야 합니다. 서울시립대는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글쓰기를 도입하고 소규모 클래스를 조직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동시에 국제어가 된 영어 교육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영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 영어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규 교과목 이외에도 국제교육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영어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공립대학인 서울시립대의 이상범 총장(58)은 "대학은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사명"이라며 인재 육성계획을 밝힌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의 업무수행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전공교육을 한국의 수준이 아닌 국제적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은 복수전공을 하거나 아니면 심화전공을 선택해야 하며 학생의 장래 희망에 따라 전공트랙별 교과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전공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는 각종 교육인증을 취득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건축학교육 국제인증을 취득한데 이어 최근에는 공학교육 인증을 취득했고 경영학교육 인증도 곧 취득할 예정입니다"고 말한다.

교육인증은 서울시립대의 전공 교육이 바로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잣대다. 그의 인재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는 학생들이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다양한 국제교육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교환학생과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150명의 학생을 해외 교류대학에 보내는 한편, 해외테마여행인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해외어학연수, 글로벌 인턴십, 선진도시 탐방, 해외봉사활동 등의 다양한 국제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500명의 학생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프로그램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요 경비의 절반 이상을 학교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인생의 확고한 꿈과 목적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런 인성과 가치관을 가진 인재가 제가 양성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대의 명품 인재입니다."

그는 지난 2003년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7년간 재임하면서 예산과 시설 규모를 2배로 늘렸다. 교육자 정신·학자적 정신·기업가적 정신을 골고루 갖춘 총장으로서의 훌륭한 능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그동안 외부 연구비를 4000억원 이상 유치했고 16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 연구과제를 확보했다. 이를 교수 1인당 연간 연구비 수주액으로 환산하면 국내 최고 수준인 1억5000만원인 셈이다.

예산 못지않게 시설부문도 크게 달라졌다. 캠퍼스 곳곳이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2009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법학관을 비롯해 정보기술관과 기숙사를 새로 개관했으며 현재 종합교육연구동 건립, 운동장 개발, 국제학사 건립, 신본관 건립, 중앙로 개발 등 대대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캠퍼스 중장기 발전계획이 완성되는 오는 2018년이면 새로운 캠퍼스의 위용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설립·운영하는 대학답게 도시계획, 건축학, 건축공학, 조경학, 교통공학, 환경공학, 공간정보공학(GIS), 도시행정학, 도시사회학 등 도시 관련 학과를 특성화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도시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하는 이러한 도시과학 특성화로 6년 연속(2003∼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특성화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 대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관련 분야와 다른 학문 분야와의 융합을 꾀하고 있습니다."

도시 관련 학문이 다른 학문과의 융합에 성공한 예로 그는 도시인문학연구소를 든다. 인문대학의 인문학연구소가 도시인문학연구소로 특화한 덕분에 인문한국지원사업(Humanities Korea Project) 공모에서 '메트로폴리스의 인문학적 연구'라는 주제로 선정돼 10년간 72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도시관련 학과를 꾸준히 발전시키면서도 끊임없이 타 학과와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학문적 융합을 시도하겠다는 게 이 총장의 구상이다.

사실 인생을 바꾸고 계층간 이동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큰 힘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덧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지나친 사교육 의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공교육 정상화가 유일한 해답입니다"고 강조한다.

지난 60, 70년대 중·고교 입시가 있을 때에도 사교육비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사명감과 열정, 그리고 경쟁심이 높았고 특히 일류 명문고 교사들의 실력은 매우 우수했다. 더군다나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어 수준별 수업이 가능했고 학생 간의 선의의 경쟁도 학생들의 실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고 그는 회고한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중·고교 평준화 정책을 실시했지만 정작 사교육은 줄이지도 못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은 하향 평준화됐습니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뒤섞여 있고 교사들에게 동기부여도 하지 못해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결과 사교육시장이 활성화된 것이지요. 이제 와서 평준화정책을 폐기하기도 어려운 만큼 어떻게 하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공교육의 정상화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사교육의 원인이 결국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에 있다고 판단하는 이 총장은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학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선 대학입시가 정상적인 고교교육과정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입시를 기획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입시업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한 뒤 정확한 정보를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고 덧붙인다.

이 총장은 매년 두 번 학생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4년부터 '학생과 총장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 학생들이 학교나 총장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를 직접 듣는 기회를 꾸준히 갖고 있는 것이다. 불편사항이나 학교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지는데 그중 가장 큰 건의사항이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명에 서울시립대를 병기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청량리역에 서울시립대를 병기하기로 결정해 묵었던 숙제를 다한 느낌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편 서울시립대는 오는 2018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앞서 발표한 '비전 2018'에 따르면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에는 국내적으로는 Top 5 대학, 국제적으로는 도시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학 특성화의 지속적 추진 △교육·연구의 일류화 △대학 재정 및 인프라 확충 △국제화 강화 △대학 브랜드 가치 제고 등 5가지의 발전전략을 세웠다.

"우리 대학은 교육여건과 재정, 그리고 학생 수준이 우수하고 도시 관련 학과는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승진 및 재임용 규정을 강화하고 직급 정년제와 연구 마일리지제를 도입했습니다. 국제 저명 학술지 등에 발표한 연구실적을 마일리지로 쌓으면 학교는 대신에 강의 부담을 덜어주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연구 마일리지제를 통해 연간 최대 6시간(2과목)까지 책임시간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그리고 공부를 잘하든, 잘못하든 학생을 대하는데 편견이 없었던 초등학교 5, 6학년 담임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이상범 총장. 그 스승을 떠올리며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꿈은 이루어진다. 흔히 인생은 짧다고 말하지만 인생은 그 꿈을 이룰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은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긴 인터뷰 시간을 마쳤다.


■이상범 총장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뉴욕시립대 조교수를 지낸 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해 서울시립대 교무처장을 거쳐 지난 2003년 서울시립대 제5대 총장에 당선됐으며 2007년 서울시립대 역사상 처음으로 제6대 총장에 연임됐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서울시립대 이상범 총장은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운영하는 대학답게 도시 관련 학과를 특성화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도시 관련 분야와 다른 학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사진=박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