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수요맞춤형 주택공급 강화해야/박양호 국토연구원장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1 17:04

수정 2010.02.01 17:04

주택공급정책은 주택시장의 내외부의 여건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한 후 이를 기반으로 수립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가구 수에 비해 주택 수가 부족해 주택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 외환위기와 같은 특별한 충격이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주택은 지으면 팔리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면서 주택의 절대적 부족 문제가 거의 해소됐다. 이는 ‘주택을 지으면 팔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미분양주택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주택시장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이미 전환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주택공급계획은 10년간(2009∼2018년) 500만호 주택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150만호를 포함해 다양한 주택공급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이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경우 향후 국민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7%에서 2018년 107%로 증가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재고 비율도 같은 기간 7%에서 12%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날이 급변하는 주택시장 내외부의 여건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우선 주택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와 가구 구조변화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인구와 가구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인구는 2018년, 가구는 2030년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가족화와 고령화의 추세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1인가구 비율이 2000년에 15.5%이었으나 2007년에는 20.1%로 증가했다. 고령화의 추세도 급진전돼 총 가구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가구주의 비율이 2000년 12.1%에서 2007년에 16.3%로 증가했다.

주택시장 내외부의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총량측면에서는 10년간 500만호 공급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면밀한 주택유형별, 점유형태별 주택공급 전략이 요구된다. ‘2008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기초해 유형별 주택 수요를 분석해보면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70%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유형태 측면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택 수요를 고려하면 아파트의 공급을 줄이고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의 공급을 증가시켜야 할 것이며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해야 한다.

연령계층별로는 가구주의 연령이 30∼50대인 장년가구는 주택에 대한 핵심 수요 계층이다. 전체 가구에서 장년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인데 비해 주택수요는 전체 주택수요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장년가구는 아파트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이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가구는 아파트와 더불어 단독주택에 대해서도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또한 20대 청년가구와 1인가구는 중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60% 이른다. 이러한 수요를 감안하면 장년가구가 밀집된 도심과 인근지역에서는 주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고령가구의 비중이 높은 농어촌에는 다양한 주택 유형을 혼합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1인 가구와 신혼부부 가구의 경우에도 중소형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함을 알 수 있다.

수요 맞춤형 주택공급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급 주체의 역할 정립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주택정책에서 지방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화시대가 급속히 진전되고 주택 수요가 다양화됨에 따라 지역 실정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민·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택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주택공급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제시한 기본방향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지역 여건을 감안해 차등화된 주택공급 목표를 능동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제 주택시장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안정과 주택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수요의 변화를 중시한 맞춤형 주택 공급과 운영체계를 갖추는 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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