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젊은 시각] 졸업식 뒤풀이 “이건 아니잖아”/이기훈 대학생 명예기자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6 17:04

수정 2010.02.16 17:04

지난주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3년 동안 몰라 보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고 가족, 친척, 친구들과 이를 기념하는 시간이다. 졸업장을 받고서 정들었던 모교를 떠나는 순간은 아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크게 파문이 일고 있는 졸업식 행태는 이 같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 졸업식 풍경이 예년과 달라지기는 했다. 흔한 예로 입던 교복을 새로 입학할 후배에게 물려주던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고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교복을 입은 채로 친구들과 서로에게 밀가루를 뿌리거나 계란을 던지면서 ‘망가지는 것’이 하나의 졸업식 문화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망가짐’이 슬그머니 용인되기 시작하면서 정도를 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알몸 단체사진을 찍는다거나 교복을 찢는 것도 모자라 불태우고 후배가 졸업 뒤풀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금품을 갈취한 선배까지. 정작 관련 학생은 백이면 백 모두 같은 대답을 한다. “원래부터 그렇게 하던 것이어서 잘못된 것인 줄 몰랐어요”라고.

사실 우리나라 교육에서 학생을 위한 제도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주입식 교육, 두발 규제, 치마 길이 제한, 성적 만능주의 등이 학생의 개성을 잃게 하고 정작 기대했던 교육 효과보다 반발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듯 울타리 안에서 갇힌 채로 살기만 했던 학생들이 탈출하는 날이 졸업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그래 하루쯤은’ 하면서 넘길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생각의 차이로 보고 인정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갔다.

졸업식 기념사에 상투적인 표현으로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따라붙곤 한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마치 모든 것이 끝나버린 양 망가지는 졸업식이 과연 옳은 것일까. 씁쓸하기만 하다.

/freeche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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