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보금자리 ‘가격 메리트’ 흔들리나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변 부동산시장에서 최근 땅값은 치솟고 기존 아파트값은 약세를 보이면서 보금자리주택의 위상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땅값이 오르고 주변 주택이 하락할 경우 ‘보금자리주택’이 내세우고 있는 ‘낮은 분양가’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땅값 상승으로 보상가격과 조성비가 증가하고 이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지는 데다 주변 집값은 하락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취지인 ‘주변 시세의 50∼80%에 분양가 책정’이라는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택경기가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서 입지 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서 나오는 보금자리주택은 ‘미분양’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지구 주변 땅값↑·집값 약세

19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보금자리 시범지구와 3차지구가 지정된 경기 하남시는 보상에 대한 기대심리 등으로 지난달 땅값이 0.69% 올라 전국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보금자리3차지구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시흥지역도 지난달 땅값이 0.51% 올랐고 2차지구인 부천(0.29%)과 3차지구 후보지인 광명(0.37%), 인천 남동구(0.32%) 등의 땅값이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전국의 땅값 상승률 평균이 0.21%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미래공인 관계자는 “3차 후보지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와 2차지구로 지정된 시흥 은계 사이의 목감동과 금의동 일대 땅값이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올랐다”면서 “보금자리지구 특성상 개발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해 보상금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보상을 앞두고 경기 하남미사, 고양 원흥 등 시범지구와 부천 옥길 등 2차지구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주변 지역 땅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보금자리지구의 보상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민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보상금액은 공시가에서 보상 시점까지 땅값 변동률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주변 땅값이 오르면 보상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토지보상법에서 개발이익은 평가에서 배제토록 돼 있으나 100%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기 시흥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LH에서 광명·시흥지구 보상금으로 8조5000억원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토지주들은 최소 52조원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시지가를 2년 전부터 낮게 책정했더라도 보상가격은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는 만큼 보상에 상당 부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LH 관계자도 “대규모 개발지에는 사업지구 내 토지 소유자들이 보상금 책정을 놓고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비인기지역 보금자리 ‘미분양’ 가능성도

보금자리지구 주변 땅값은 이처럼 고공행진하는 데 비해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다 보금자리물량 ‘공급 폭탄’을 맞은 탓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전반적인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보금자리 주변 지역의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수도권 비인기 지역의 보금자리주택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 김 부장은 “최근 수도권 기존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부 노후아파트단지는 보금자리주택과 가격 차이가 없거나 더 낮아지는 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보금자리지구 인접 단지여서라기보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장점이 ‘저렴한 가격’인데 주변의 기존 집값이 떨어지면 경쟁력이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조성원가 상승으로 가격이 높아지고 물량이 대량으로 공급될수록 메리트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는 “보금자리주택도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실효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가치 자체가 사라지면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자들이 시범지구와 2차지구 이후의 보금자리를 외면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LH의 관계자는 “이미 사전예약을 받은 시범지역은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사업비를 책정한 만큼 본 청약 때 분양가가 많이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