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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글로벌 경제의 축 급변..한국,지금이 기회”

세계적인 석학 및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웃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고 경영혁신을 가속화, 여러 중소 혁신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둘째 날인 29일 강연자들은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를 주제로 열린 강연 후 패널 간 상호 질문·토론 시간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한국이 핵심 제조업을 기반으로 금융 등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위기에 튼튼한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질서의 축이 바뀌는 현 시점을 한국이 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철 밟지 말고 경영혁신 활성화해야

이날 연사로 참석한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새로운 사고가 부족하고 출산율이 낮아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라며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했다. 페섹은 특히 일본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한 사례로 "100달러를 들고 일본계 은행 창구에 환전하러 가면 고임금의 은행원 5∼6명이 환전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며 "일본은 생산성이 낮고 서비스업 중심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영혁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전체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할 정도"라고 강하게 질타한 뒤 한국은 일본의 실패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빠르게 세계경제 흐름에 대처할 것 △혁신적인 성장을 지향할 것 △출구전략을 대비할 것 △기업가정신이 살아나야 할 것 등을 한국에 제안했다.

한스 위르겐 로에스너 독일 쾰른대학교 교수도 "혁신이 느린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녹색성장 및 경영혁신이 가능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일본을 따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릭 랜디어 나스닥 부사장 및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시장에서 더 이상 '일본보다 더 품질이 좋은가'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일본 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선 고속도로 건설 등 전문기술 수출도 늘리고 있어 한국도 이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튼튼한 제조기반 위 서비스업 발전을

한국이 서비스업을 육성하되 튼튼한 핵심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외환·자본시장 등 대외환경에 취약하지 않은 산업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고용 비중은 6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 71.8%보다 아직 낮은 상태다.

하지만 여타 유럽 국가들처럼 급속한 서비스업 위주의 재편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 1991∼2008년 탈제조업화(Deindustrialization) 과정에서 영국은 제조산업 비중을 21.0%에서 12.6%로 절반 가까이 낮추는 대신 금융산업 등 서비스업을 급격히 키워 금융위기의 타격이 컸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도 22.2%에서 18.3%로, 프랑스도 15.4%에서 10.3%로 낮췄다. 그러나 독일은 27.5%에서 23.5%로 서서히 낮춰 글로벌 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국제질서 재편 시 주도적 역할 해야

대외적으로는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견고했던 세계질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힘의 축이 변화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기존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기구 개혁과 함께 아시아만의 위기관리 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구 체제와 신 체제 간 도전과 변화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갈등사회의 조정자로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스튜어트 포팸 사장은 "한국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구 질서와 신 질서 간 대립체제 속에서 조정자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처했지만 여전히 선진국 경제에 대한 취약성, 리스크 분산 관리 필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만의 위기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안병준 교수도 "한국은 국제질서 변화 과정에서 '미들파워' 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군사력·정치력이란 하드파워가 아닌 문화 등 소프트파워로 리더십을 구축, 미들파워 국가로 자리매김해 국제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