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경기 비상상황 넘겨..적절한 금리조정 필요”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29 17:24

수정 2010.04.29 17:24

"현재의 금리수준이 적합하다고 판단되지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도 금리인상의 조정이 필요하며 적절한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이용할줄 알아야 한다."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파이낸셜뉴스 주최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중국을 비롯한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맞는 적절한 금리인상 시기를 한국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등 중앙은행 금리조정 필요

스티븐 로치 회장은 출구전략이 늦게 시행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적절한 정책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금리 기조는 경기 침체에 유용한 효과를 발휘했지만 경기 비상상황을 넘긴 현재 이에 맞는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에 대해 적극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금리 수준은 비상 상황에 적합한 금리 수준임은 분명하다"면서 "일부에서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출구전략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약하다면 그에 맞게 금리 인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구전략 시기를 놓치면 주식시장 버블이 컸던 지난 2003년과 같은 상황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패러다임 변화 대응해야

이와함께 중국의 경제 패러다임 움직임에 대해서도 한국은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넥스트 아시아(Next Asia)의 핵심은 아시아가 '진정한 세계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아시아의 성장 전략은 모든 경제 성장의 원천인 내수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 이어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기존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모델에서 탈피, 내수 증진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아시아, 특히 중국은 내수시장 증진을 통해 보다 균형 잡힌 성장 모델을 갖춰야 세계 경제를 이끌 수 있다"며 "중국의 지금까지의 성장은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나 제조업 중심의 수출에 기반을 뒀지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특히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존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소비자였던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최대 소비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최소 3∼5년 동안은 소비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소비자가 남긴 소비 공백은 현재 상황에 유럽이 대체해야 하지만 남유럽 위기로 인해 유럽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어 중국의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출 기반으로 성장한 아시아 경제도 수요 감소 시대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인구가 많고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소비 공백을 줄 것이라는 낙관적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미국 소비 위축 속도를 따라 잡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중국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

스티븐 로치 회장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등장한 중국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면서 "중국은 곧 수년 동안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수출에서 내부 민간소비 증가로 인한 새로운 성장 동기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중국이 내수 증진을 위해 서비스 섹터 투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섹터 투자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소비 성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 섹터 투자는 공정한 소득분배와 잉여 노동력 확보와 함께 도시 및 농촌 근로자들의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중국의 가장 큰 불안 요인 중 하나인 소득 불균형과 과도한 저축률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실업보험,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 안정망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이런 변화는 위안화 절상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부터 이를 적극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한국에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일부에서는 한국의 빠른 경제 회복이 2008년 평가 절하된 원화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경기 회복의 한 요인일 뿐"이라면서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의 중요 요인은 금융위기 전부터 추진해 온 수출 시장 다변화"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한국은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 수출 성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중국의 패러다임 변화는 대중 수출의 청신호로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소비재, 대체에너지 등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사진설명=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왼쪽)과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사장이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둘째날 행사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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