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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행] (4) 한미약품,제약업계 새 역사 쓴 ‘아모잘탄’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17 19:58

수정 2010.05.17 19:58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한미약품은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마이크로에멀션 기술(약의 인체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 독점 사용권을 6300만달러에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해외 기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이 외화는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큰 이익을 내면서 한미약품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이듬해인 1998년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보다 오히려 늘릴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R&D 인력을 확충하고 투자를 늘리는 공격경영을 펼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의 성과는 한미약품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했기에 가능했다. R&D의 선순환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한미약품은 ‘(퍼스트)제네릭→개량신약→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통해 벌어들인 캐시카우를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전략이다. 이 덕분에 금융위기 여파가 휩쓸었던 지난해 한미약품의 3가지 신약이 1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그 중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이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신약 ‘아모잘탄’.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이 시판 중인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과 오잘탄을 복합한 개량신약이다. 임상 결과 아모잘탄의 혈압강화 효과는 기존 단일제보다 우수했고 두통이나 부종, 발진 등 부작용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2가지 약물을 따로 복용하는 경우보다 보험약가가 최대 40%가량 저렴했다.

지난 2009년 7월 한미약품은 머크사와 아모잘탄을 국내 시장에서 공동 판매키로 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 6개국에서 10년간 판매키로 하는 수출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으로는 모두 첫 사례다.

한미약품은 현지 허가등록 절차를 거쳐 아·태지역 6개국에서 2011년부터 아모잘탄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0년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잘탄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투입하며 한국 의약품 연구개발사를 새롭게 써 왔던 한미약품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라며 “복합제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5년 내 1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6년 바이오 의약품의 짧은 약효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해 8개의 바이오 신약 개발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적용한 당뇨병(LAPS-Exendin), 항암보조제(LAPS-GCSF), 빈혈(LAPS-EPO), 왜소증(LAPS-hGH)에 대한 임상 1상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항암보조제의 경우 2007년 전임상 단계에서 일본 모 제약회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미약품은 임상 중인 품목들이 제품화됐을 경우 품목 당 수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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