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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의 혹’ 젠더 3000만개 나돌아

휴대폰과 충전기를 연결할 때 쓰는 젠더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3000만개 넘게 유통되면서 국민의 불편이 가시지 않고 있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휴대폰 상자에 포함돼 보급된 24핀-20핀 호환용 젠더가 3069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별도로 시중에서 판매된 젠더는 107만개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2008년 6월 20핀 충전단자를 표준화하기로 한 이후 기존 24핀 충전기와 호환을 위해 보급된 젠더가 3000만개를 훌쩍 넘어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충전을 위해 젠더를 들고 다녀야 하고 잃어버리면 3000∼8000원을 내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별도로 판매된 젠더 비용만 해도 47억원에 달했다. 국내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화가 지연되면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비용이다.

휴대폰 충전단자를 20핀으로 통일하기로 한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표준화는커녕 오히려 충전규격이 더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은 기존 24핀 대신 크기가 작고 기능이 뛰어난 20핀으로 충전규격을 통일키로 합의한 바 있다. 20핀 규격에 대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표준으로 승인을 얻어 토종 규격을 세계표준으로 확산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업계가 2008년 6월 이전에 유통한 24핀 충전기가 약 9000만개에 달해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휴대폰엔 20핀 규격을 적용하고 동시에 젠더를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24핀 충전기가 20핀 충전기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24핀 충전기로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외산 단말기는 물론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에도 해외에서 많이 쓰는 마이크로USB 규격이 탑재되고 있다. 국내에서 10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은 애플만의 충전규격이 적용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20핀 충전기를 공유하면서 언제든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와 업계의 합의는 사실상 무산되기에 이른 상황이다. TTA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24핀 호환용 젠더의 보급을 중단해 20핀 표준화를 앞당기자고 요구해 왔지만 이마저도 업계의 반대로 실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TTA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의 확산과 함께 20핀과 마이크로USB 규격을 복수표준으로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서로 다른 휴대폰 충전규격과 젠더의 난립에 따른 불편과 비용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