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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한국도 TPP 참여할 수 있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14 17:08

수정 2010.11.14 17:08

【요코하마(일본)=전용기기자】일본 요코하마에서 13∼14일 양일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불편한 관계였던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났다는 소식에 더욱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회의 전체적으로도 큰 이슈가 논의되기보다는 직전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를 평가하고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의제 중 하나인 성장전략의 수치 목표 설정에 실패했고, 지난해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무역권을 APEC 전체로 넓혀 지역경제 통합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제통합의 경우 미국 주도로 움직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일본의 가세로 탄력을 받게 됐다.

■APEC내 무역·투자 자유화 추진

APEC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성장전략, 경제통합, 보호무역주의 배격 등이 정상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정상들은 역내 경제통합 구상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역(FTAAP)'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TPP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한·중·일', 여기에 인도·호주·뉴질랜드를 합한 '아세안+6'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TPP는 원칙적으로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상품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시작해 미국과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까지 포함한 9개국이 내년까지 협상을 타결할 방침이며 일본도 최근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도 14일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PEC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하자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모든 국가가 (TPP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그러한 국가 중에 하나다"라며 TPP 참여 가능성을 밝혔다.

정상들은 이와 함께 무역·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는 APEC의 핵심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경제 통합의 진전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FTAAP에 대한 열망을 보다 구체적 비전으로 승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에 이번에 열린 APEC은 이를 위해 FTAAP 진전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키로 했다.

정상들은 또 투자, 서비스, 전자상거래, 원산지 규정, 무역 원활화, 환경상품서비스(EGS) 등 분야별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성장전략 수치목표 무산

이번 회의에서는 지역경제통합과 함께 성장전략 제시도 주요 이슈였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성장전략은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뿐 일본과 미국이 추진했던 수치목표 부과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균형 있는 성장', 중소기업·여성 등을 배려한 '보편적인 성장', 친환경 그린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 정보기술(IT)과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혁신적 성장', 식품안전 테러대책·전염병대책 등을 담보한 '안전한 성장' 등 5개항의 성장전략을 제시했지만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성장전략을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없었다.

구체적인 수치 달성 목표를 제시할 경우 정책이 구속받을 수 있다며 중국 등 신흥국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015년까지 APEC 고위관리회의가 이행성과를 매년 점검하고 그 결과를 2015년 정상회의에 보고하며, 2015년 회의에서 성장전략의 추진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는 애매한 선에서 타협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 연장전

한편 이 대통령은 APEC을 서울 G20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1차 세션에서 미국, 중국 정상에 이어 세번째로 한 지정발언을 통해 "세계경제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개별국 차원의 구체적 정책약속을 담은 '서울 액션플랜(Seoul Action Plan)'을 마련함으로써 정상들의 정책 공조 의지를 실질적인 행동계획으로 구체화시키는 성과가 있었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환율 논의를 포함해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정책공조의 큰 틀에 합의를 이뤘다"면서 "과도한 불균형을 평가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기본원칙과 추진 체계 및 일정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발제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에 대한 합의를 언급, "과거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대출 경험을 얘기하며 IMF가 가졌던 낙인 효과를 없애야 한다고 결심했다"면서 "그래서 이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좋은 성과를 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이어진 'APEC 기업인 자문위(ABAC)'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인들의 노력을 평가하고 보호무역 저지를 지향하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설명하기도 했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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