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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에 방·통융합 뒷전?

청와대와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방송진흥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로의 이관 등 업무분장을 검토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 융합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업무분장 논의는 실질적 영향을 입을 방송프로그램 공급업체(PP)나 방송사들의 의견, 방송·통신 융합 분야 전문가들의 공식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양 부처와 청와대 관련자들끼리 쉬쉬하며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방송진흥정책 이관 문제가 자칫 방송산업 활성화 차원의 논의보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방통위의 방송진흥정책을 문화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결론짓기 위해 16일 양 부처 차관급 관계자와 실무담당자들이 참석하는 업무분장 회의를 예정해 놓고 있다.

방통위의 방송진흥정책은 방통위 설립의 근거가 되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면서 방송 콘텐츠가 기존 지상파 방송사나 케이블TV 뿐 아니라 인터넷·이동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방송·통신 융합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방송·통신 융합을 주도하는 행정부처로 방통위를 출범시켰다.

실제로 방송·통신 융합은 빠르게 진행돼 방송 콘텐츠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인터넷TV(IPTV)가 상용화 2년을 맞고 있고, TV 수상기에 인터넷을 연결해 방송 콘텐츠뿐 아니라 인터넷 검색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스마트TV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스마트TV 시대에 걸맞은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정책이나 스마트TV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제·진흥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일부와 문화부가 "방송 콘텐츠 제작과 전송망의 역할을 분리해야 방송사업자와 별개로 콘텐츠 일반의 산업적 진흥이 가능하다"며 방송진흥정책을 방통위에서 분리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PP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한때 방송·통신 융합을 주도할 수 있는 방통위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융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랑하더니 이제 와서 융합정책을 분리하자고 나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당장 방송진흥정책이 문화부로 넘어가면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신망과 방송진흥정책을 움켜쥐고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했던 시절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계 한 전문가는 "진흥정책이 이원화되면 통신망과 함께 발전하는 최근의 방송 콘텐츠 산업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늦은 스마트TV 같은 융합서비스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업무분장 회의 결론을 내기 전에 업무분장이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인지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전문가와 업계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업무분장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청와대 주관의 업무분장 회의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그동안 진행된 논의 내용도 공개하기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업무분장 논의를 쉬쉬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방송진흥정책 이관 논의가 특정 정부부처의 조직 키우기를 위한 밥그릇 나누기 협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의 방송진흥정책이 문화부로 넘어가면 문화부는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방송 콘텐츠 유통시스템 지원 △투자조합 출자 업무 △프로그램 제작비 융자 사업 △해외방송 교류 등 관련 방통위 조직과 올해 책정된 예산기준으로 349억원의 예산을 추가하게 된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