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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MD요금제 슬쩍 감춘 이통사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14 18:11

수정 2010.11.14 18:11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겠다며 'OPMD(1인 다기기 사용제)' 요금제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OPMD로 쓸 수 있는 태블릿PC가 나오자 이동통신 회사들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하나로는 태블릿PC에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며 태블릿PC용 요금제를 하나 더 가입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

OPMD는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요금제 하나에 가입하면 스마트폰,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PMP), 태블릿PC,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기들로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탭'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를 내놓으면서 미리 발표해 놓은 OPMD 서비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올 상반기 OPMD 요금전략을 소개하면서 "월 3000∼5000원만 내면 태블릿PC 등을 무조건 기존 요금제에 묶어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전략을 내놨었다.

그러나 당시 OPMD와 무제한요금제가 만났을 때 나타날 가공할 위력은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게 고민의 시작이다.태블릿PC 사용자는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보다 월 무선인터넷 이용량이 10배나 많은데 OPMD로 태블릿PC를 묶어 쓸 수 있게 해주면 이동통신 회사들은 월 3000원에 막대한 무선인터넷 사용량을 감당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미처 4∼5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과장 선전을 하던 이동통신사들은 실제 태블릿PC를 출시하면서 OPMD에 대한 입장을 바꿔 사용자가 여러 개의 요금제를 가입해야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를 쓸 수 있도록 요금을 설계해 놨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출시하면서 구매자에게 '올인원' 'T로그인' 같은 태블릿PC용 요금제에 새로 가입해야 갤럭시탭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요금을 설계했다.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외에 태블릿PC용으로 월 5만5000원을 내는 '올인원55' 요금제를 3년 사용해야 보조금 혜택을 얻어 제품을 3만6000원대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올인원55 요금제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이런 조건에 갤럭시탭을 산다면 한 달 동안 11만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 기존 스마트폰의 올인원55 요금제에 포함된 무제한 무선인터넷의 혜택을 OPMD와 연계하지 못하도록 장벽도 만들어 놨다.

SK텔레콤은 다음 달부터 한 사람이 올인원 요금제 2개에 가입하면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이용량을 통으로 합쳐서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밝혔다. 결국 OPMD 얘기를 꺼냈을 때와 180도 다르게 새로운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

KT는 SK텔레콤과 유사한 무선인터넷 무제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OPMD로 묶어 쓸 수 있는 용량엔 별도 제한을 뒀다. 이 때문에 태블릿PC의 가공할 무선인터넷 사용량에 대한 부담은 덜한 편. 그러나 OPMD를 처음 도입할 때와 달리 태도를 바꾼 것이다.


KT도 최근 예약가입을 안내하면서 3세대(3G) 이동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패드는 특정요금제에 가입해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기기만 가져오면 붙여주겠다'고 했던 입장을 바꿔 새로운 요금제 가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태블릿PC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OPMD를 처음 알릴 땐 관련 기기들도 없는 상태에서 온갖 혜택을 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실상 태블릿PC가 나오니 별도 요금제에 가입토록 하는 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을 삭였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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