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금융권 재보험 시장 진출 러시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4 17:41

수정 2011.01.04 17:41

손해보험사를 비롯해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재보험 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은 시장성이 그만큼 좋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국내 손보사들은 해외에 재보험사를 설립할 경우 해외 재보험사에 지출하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금융사들도 '국내 재보험사는 규모가 큰 계약을 100%로 인수하기엔 능력이나 노하우 면에서 부족해 승산이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중복되는 시장이 적다는 점에서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표정이다.

■재보험시장 경쟁구도 형성, 카운트다운

국내 재보험 시장은 화재·해상·기술보험 등의 손해보험업계는 물론 최근 생보사들도 연금 등을 재보험 계약(출재)하면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아시아 1위, 세계 11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보유계약의 절반가량을 재재보험으로 스위스리, 뮌헨리, 젠리 등 외국 재보험사에 재계약(출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현대·LIG를 비롯해 노무라증권과 산업은행 등 국내외 금융사들이 재보험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쉽게 말해 아직 먹을거리가 충분한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다.

손보사들은 재보험계약을 코리안리와 해외재보험사에 대략 2대 1 비율로 출재한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자금력과 노하우 부족으로 이 중 절반을 다시 해외로 재재보험 계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해외로 나가는 비율이 2가 되고 코리안리는 1만 보유한다는 것이다.

재보험사 설립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재보험계약을 받을 경우 삼성화재 같은 그룹 내 해외계약이 많은 손보사들은 '비용절감'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삼성화재는 현재 해외에서 받은 계약들을 모아 자사 상품의 해외특약에 넣은 후 다시 해외 재보험사로 넘기고 있다. 대부분의 손보사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 부분만 가져와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해외계약들을 국내로 가져오면 누적 위험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중 한국 이외의 계약을 싱가포르로 넘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 위험들이 섞여 있으면 재보험 비용이 많이들기 때문에 해외위험을 분리해서 싱가포르에 넘기면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리안리, "걱정없다"면서도 진입은 '노'

국내 금융사들의 재보험 진출 소식에 코리안리는 일단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로 재보험에 가입하는 이유가 위험 전가인데 계열사로 재보험을 출재하면 위험을 회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의 BP사는 계열 재보험사인 주피터와 계약을 했다"며 "이는 자기 회사의 위험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본사에서 자회사로 이전한 셈인데 결국 주피터는 망했고, BP는 위험 처리가 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사고가 없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최근 태풍과 지진이 많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자회사 설립이 성공적인 전략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코리안리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노무라증권이 재보험사 설립을 추진할 당시 코리안리는 '투기자본에 재보험시장을 열어주면 안된다'는 논리를 펼쳤었다. 산업은행이 진입을 시도할 때도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을 설득해 재보험사 설립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가 해외에 재보험사를 설립한다고 하지만 더욱 필요한 곳은 국내"라며 "카르텔을 깸으로써 독과점 타파, 국부유출 방지, 기형적 수익구조의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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