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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레저산업 뉴리더] 권희석 하나투어 사장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5 18:16

수정 2011.01.05 18:16

여행업계 ‘부동의 1위’ 하나투어가 올해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올해가 ‘2020년 글로벌 넘버원 문화관광그룹’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으로 확대하고, 비즈니스 영역을 문화와 관광산업으로 확대해 2020년 수탁고 40조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를위해 해외지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한 기업이 10년 이상 업종 1위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업종은 더욱 그렇다.
하나투어는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여행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그 중심엔 자기를 낮추면서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는 권희석 사장(54)이 있다.

서울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에는 이상한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의 문패엔 ‘Mr Kwon’s Room(권씨의 방)’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대표이사실에 이런 문패를 단 것도 흥미로운데 반대편엔 ‘미팅룸(Meeting Room)’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당연히 이 방의 용도는 두 가지다. 평소엔 사장실, 급할 땐 미팅룸이다.

“메신저가 와요. ‘사장님 방 좀 비워주세요’라고. 회사 잘되게 하는 미팅이라는 데 힘이 있나요. 사장이 자리를 비켜야죠.(웃음)”

매사가 이런 식이다. 모든 게 직원 우선이다. 심지어 해외여행 현지 일정을 책임지는 랜드사 선정도 담당자 전결이다. 신종 플루 등 외생변수로 2007년부터 여행업계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3년간 월급을 동결한 하나투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목표치 225억원을 웃도는 부분의 50%(33억원)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미 지난해 10월에도 직원 1인당 하나투어 주식 20주씩을 지급한 바 있다.

권 사장은 위기를 고통 분담으로 극복하고 있다. 바로 ‘잡셰어링’ 제도다. 45세 이상이면 누구나 대상이다. 권 사장은 벌써 7년째 월급의 80%만 받고 있다. 반대급부로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하나투어만의 나눔 경영이다.

권 사장은 올해 개인적으로 두 가지의 꿈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백두대간 종주다. 올해부터 4년여에 걸쳐 백두대간을 완주할 계획이다. 나머지 하나는 4번째 홀인원을 기록하는 것. 권 사장의 첫 홀인원은 1998년. 첫 홀인원 후 하나투어가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두 번째 홀인원은 2004년. 두 번째 홀인원의 행운은 하나투어 숙원인 본사 사옥 매입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2006년. 그해엔 런던 주식시장에 직상장했다. 4년이 지났으니 네 번째 홀인원이 나올 법도 하다.

말이 좋아 운이지 사실 운이 아니다. 권 사장의 철저한 준비 덕에 1조원 수탁고의 하나투어 신화는 시작된다. 그는 10년 전 코스닥 입성 과정을 절대 잊지 못한다.

“당시만 해도 여행사는 사치 향락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상장과정은 살얼음판이었어요. 주간사를 맡았던 증권사 기업공개(IPO)사업부 전체에서 반대를 했었지요.”

수임료라 해봐야 1억원 남짓. 그러니 선뜻 나설 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 사장은 굴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몇 번씩 모아놓고 설득작업을 벌인 끝에 결국 하나투어를 최초의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나투어의 상장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여행업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건 기본. 하나의 ‘산업’으로 여행 업종이 받아들여진 것도 하나투어의 상장 덕이다.

권 사장은 여행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재무통이다. 첫 직장인 모나리자 자재관리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문에서 원가절감 효과를 이뤄냈다. 두 번째 회사인 패션업체 하이센코리아에서도 휴일을 반납하고 일에 몰두했다. 그의 일은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당시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다. 사채시장에서 돈을 돌려 급한 불을 끄는 형편이었다. 은행권 대출은 담보가 없어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 끝에 서울 반포동에 있던 은행 지점장 집으로 쳐들어갔다. 들고 간 양주를 밤새 비우며 회사의 비전을 설명한 뒤 도와 달라고 설득했고, 다음 날로 대출은 성사됐다. 과장 6개월 만에 차장, 1년 뒤 부장, 다시 1년 뒤 이사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세 번째 직장은 서울마케팅코리아. 나산, 조이너스 등 의류브랜드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였다. 1989년 한 신문 창간기념 광고주 초청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 하와이 여행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말 놀랐어요. 호놀룰루공항에 교복 입은 일본 학생들이 바글바글했어요.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100∼200달러씩 돈을 챙겨주었고 이 돈으로 선물을 한 보따리 사들고 와야 했죠. 신혼여행도 속리산으로 갔던 시절이니 말하면 뭣해요.”

외생변수로 인해 부침이 심한 여행업계에서 13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오며 안정기를 다진 만큼 하나투어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공격적인 경영을 선언했다. 그 시발점이 인수합병(M&A)이다.

“여행업으로는 수익성 창출에 한계가 있죠. 여행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해외 리조트나 호텔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여태껏 내실을 다지기 위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지분 참여 등 구체적인 형태로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1차적으로는 일본 중국 등 리스크가 비교적 작은 동남아가 대상이란다. 네 번째 홀인원이 먼저일까, 해외사업 성공이 먼저일까 궁금해진다.

“하나투어는 2020년 수탁고 40조원 달성을 목표로 2015년까지 수탁고 10조4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2015년에는 해외지사의 비중을 29%로 높여 해외에서 3조1000억원의 판매를 이룰 것입이다.”

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을 강조했다.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내년 한 해는 하나투어에 ‘교토삼굴’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굴이 패키지라면, 두 번째 굴은 개별여행이 될 것이고, 세 번째 굴은 신사업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들어 있는 현재의 안전한 굴에 만족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굴을 만들어 여행산업의 영역을 확대하고 어떠한 위기에도 견뎌내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5000만 시장은 너무 작습니다.
일본의 1억3000만, 중국의 13억 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나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여행그룹으로 올라설 것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하나투어의 1400명 ‘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mskang@fnnews.com강문순기자

■하나투어 권희석 사장 약력=△54세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경영학석사 △1989년 서울마케팅서비스 상무이사 △1996년 하나투어 공동창업 △하나투어 부사장(CFO) △2008년 하나투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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