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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과잉정보 시대/정지원 뉴욕특파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6 16:57

수정 2011.01.06 16:57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 ‘Ignorance is bliss’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무지(無知)가 축복이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뜻이다.

20세기 말 인류의 최대 발명품인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마우스 클릭 하나로 찾는 것은 마치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시원하고 간편하지만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하자니 때로는 머리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요즘 미국의 경제 기사들이 그렇다.

요즘 경제 기사를 읽고 쓰고 생각하노라면 정말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느껴진다.


3일 전 한 외신에서 “지난 3년간 지속된 경기침체가 올해 드디어 막을 내리며 본격적인 고용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고용창출이 올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업들의 고용이 서서히 늘고 있으며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줄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또 다른 주요 외신은 “미국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실었다.

이 외신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국의 주요 도시 중 3분의 2에서 실업률이 증가했다며 일부 도시에서는 실업자들이 아예 구직 시도를 포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실업자들이 직장을 찾는 것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까지 말했다.

또 얼마 전 한 외신에서는 “미국의 주택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 다른 외신에서 “미국의 주택 값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대체 무엇이 맞고 어디가 틀렸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요즘 미국의 경제 소식들은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직접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어리둥절한데 매일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과연 어떨지 상상이 간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경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지식을 충분히 소화해 내지 못할 정도로 인류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비단 경제기사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

단적인 예로 육아를 보자.

아무리 ‘헬리콥터 엄마’들이 설치는 시대라고 하지만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면 하루종일 읽어도 시간이 모자를 만큼 광범위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물론 이 중에는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정보들도 수두룩하다.


유아나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지만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관념도 과연 좋은 것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15년 전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를 안기 전에 항상 손을 씻었나?

항상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쉬는 것도 중요하다.


모르는 게 약이니까 말이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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