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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이상문학상 大賞 ‘맨발로 글목을 돌다’ 공지영 씨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7 18:23

수정 2011.01.07 18:23

“우리는 역사에 대해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시공을 달리한 폭력에 대해 운명이 뒤바뀐 사람들이 무엇으로 희망을 찾을 것인지를 생각해봤어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독일의 아우슈비츠 등 여러곳을 취재 다니며 ‘글’이 생명과 빛을 탄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무게와 희망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저는 ‘희망의 글쓰기’를 하고 싶어요.”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 35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공지영(48·사진) 씨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는 글과 나를 분리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욕심을 부린적도 있었는데, 이제 누가 뭐라고 하든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바람을 버리니 상이 왔다”며 “더 열심히 글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을 수상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월간 ‘문학사상’ 지난해 12월호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한 작가가 내면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책속에서 작가의 내면 풍경과 위안부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여러 역사적 폭력에 대한 일화가 중첩되면서 인간에 대한 폭력과 그로 말미암은 개인의 고통이 대비된다. 글목이란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란 뜻으로 작가가 만든 말이다.

공 작가는 “아우슈비츠에 시민들이 기증한 팻말에서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글을 보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며 “그 한마디가 공간과 역사를 지탱하는 느낌이 들었고, 빛과 희망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목을 돈다는 것은 제 글쓰기가 또 한 번 모퉁이를 돌아갈 것 같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 작가는 이 작품의 해체적인 형식에 대해서 “내가 소설이란 것 안에서 끝까지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며 “소설의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경계 안에서 끝까지 나아가는 것을 실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꾸 특별한 한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소설이 아닌 역사적인 비전을 가지고 큰 필치로 그려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총체적인 것을 다뤄주는 소설을 쓰고 싶어 차기작으로 병과 죽음, 노인들의 사랑을 그린 장편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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