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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장학사’ 역사의 뒤안길로..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8 05:05

수정 2011.01.07 19:56

“내일 장학사님 오시니까 교실 바닥에 양초 문질러서 윤기 나게 만들고 창문에 먼지 하나 없게 닦아라.”

예전에 담당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는 이른바 ‘담임장학’ 전날이면 교사들이 학생들을 닦달하면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곤 했다.

권위주의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담임장학’이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담임장학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장학 폐지

7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담임장학을 폐지하고 ‘컨설팅 장학’을 도입하는 시·도교육청이 점점 늘고 있다.

컨설팅 장학이란 교사나 학교가 요청하면 장학요원이나 수석교사, 해당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팀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e메일, 전화로 교수·학습 등 현안을 자문하고 지원해주는 활동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학기부터 담임장학을 폐지했다.
경기·대전·충남·부산 교육청도 지난해 1, 2학기를 전후해 없앴고 경남교육청은 전날 폐지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2월 각 시·도 교육청에 ‘지역교육청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으로 개편하고 담임장학을 컨설팅 장학으로 변경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장학사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담임장학의 폐지로 교육계의 권위주의적 요소가 또 하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장학사들은 “권위는커녕 3D 업종이 된 지 오래”라며 오히려 씁쓸해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A장학사는 “장학사님으로 대우받던 때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면서 “아침 8시 출근해 밤 11∼12시 퇴근하고 주말도 대부분 근무해 한달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80∼90시간에 달한다”고 말했다.

■담임장학 부담 여전

교사가 교실 환경미화로 평가받는 일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담임장학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성북교육지원청이 교사 1714명, 교장·교감 88명 등 1802명을 설문조사해 이날 공개한 분석결과는 장학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14%는 담임장학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했고, 63%는 ‘약간 부담스럽다’고 답해 부담된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했다.


또 응답자의 53%는 ‘교육활동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장이나 교감보다 평교사, 교직 5∼9년 경력의 젊은 교사들이 더 강하게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성북교육지원청은 “장학활동이 도움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 절반 이상이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현행 장학활동이 교장·교감과 행정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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