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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한국형 ODA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3일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 청년지도자 포럼 연설을 통해 "나의 아버지가 미국에 건너와 학위를 받던 60년대초에는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많았을 것"이라며 자원이나 잠재력 측면에서 케냐가 한국과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유례없는 성공 케이스임을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속박에서 벗어나자마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근면성과 정부와 국민의 일치단결된 노력이 바탕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그 과정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논할 때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엔의 개발원조를 위해 설립된 유엔개발계획(UNDP)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그 순간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개최할 만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되기까지 길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해온 기구가 바로 UNDP이기 때문이다.

UNDP는 우리나라가 대규모 경제개발계획에 착수한 1960년대 초부터 국가협력사업을 통해 자문과 전문적 기술을 제공했다. 1963년 유엔기술원조기구(UNTAB)·유엔특별기금(UNSF) 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립됐고 그 후 유엔의 확대기술원조계획(EPTA)과 유엔특별기금(UNSF)이 UNDP로 통합되면서 동 사무소는 UNDP 서울대표부로 개편됐다.

특히 우리가 성장 제일주의에 사로잡혔던 1980∼90년대 UNDP는 환경보호, 시민사회단체 육성, 사회적 약자 권익신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인간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1990년대 우리나라가 UNDP의 원조 순공여국이 된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문했다. 즉 UNDP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 과정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 인간, 국제적인 개발을 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했다고 볼수 있다.

1963년부터 시작된 UNDP와 우리나라의 협력관계는 2009년 우리나라의 수원국 지위를 뜻하는 UNDP 서울대표부가 폐쇄되면서 제1막을 내렸다. 2010년부터는 우리나라가 원조 자금과 함께 개발경험·노하우를 공여하는 형태로 협력관계의 2막을 시작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와 UNDP는 3자간 남남협력사업의 형태로 '새로운 한·UNDP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했으며 지난해 12월 5개 과제를 선정하는 등 실질적 사업 수행을 시작했다.

UNDP의 3자간 남남협력사업은 선진국이 원조자금을 지원하고 선진개도국이 최빈개도국에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빈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개발경험과 노하우의 전수는 선진국보다는 선진개도국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선진국은 원조자금의 지원만을 담당해왔고 개발경험 프로그램의 기획, 수행기관의 선정 등은 UNDP 남남협력 담당기구(SU-SSC)에서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한·UNDP 협력사업의 경우는 이와 달리 우리나라가 원조자금의 지원은 물론이고 개발경험과 노하우 전수 모두 적임이라는 평가에 힘입어 사업의 기획과 수행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새로운 한·UNDP 협력사업을 추진하고자 지난해 11월 UNDP와 협력약정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5개 과제를 선정했다. 선정된 5개 과제는 원자력기술, 과학기술, 농업기술교육, 교육, 기후변화 분야의 정책자문, 훈련, 워크숍, 교재개발ㆍ발간, 장비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관련기관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 협력기관과 공동으로 개도국의 실정에 적합한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 된다면 이는 '한국형 ODA 사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공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국제원조 프로젝트의 수주와 수행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 사업이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한 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명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