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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부회장 “LG전자에 ‘독한 유전자’ 불어 넣겠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9 18:13

수정 2011.01.09 18:13

【라스베이거스(미국)=양형욱기자】 "'독한 LG전자'를 만들겠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1'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밝힌 의미심장한 일성이다.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결정된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진 구 부회장은 "예전 LG전자는 강하고 독했는데 현재는 많이 무너졌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뭔가를 지독하게 만드는 '독한 유전자(DNA)'를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LG전자에 독한 근성을 불어넣어 '강한 LG전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구 부회장은 LG전자가 위기에 빠진 원인을 제조경쟁력과 연구개발(R&D) 약화에서 찾았다.

그는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R&D와 생산, 품질 등에서 나오는데 베이직(기본)이 많이 무너진 것 같다"며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는데 돛단배처럼 금방 되진 않듯,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구 부회장은 새로운 경영혁신 슬로건으로 '패스트(Fast)·스트롱(Strong)·스마트(Smart)'를 제시했다.

그는 "전보다 빠르고 강하게 실행하면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일명 'FSS'를 슬로건으로 내놨다.

구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선 나에게 할 질문이 아닌 것 같다"며 "지주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 상황에서 시너지도 없고 전혀 관심도 없다"며 "얼라이언스(제휴)를 통해 함께 할 일은 많겠지만 인수할 가치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전기차와 수처리 등 신성장동력분야 육성의지도 강하게 보였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전시됐던 전기자동차에 들어간 모터를 우리가 만들었다"면서 "이런 모터와 인터버를 개발하는 등 전기차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아볼 것"이라고 들려줬다.

그는 이어 "수처리도 HA사업본부와 LG하우시스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LG전자만 가진 플라스마 라이팅 시스템도 신경을 쓰면 5년 후 세계적인 사업부를 하나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 부회장은 투자에 대해 "올해 투자는 지난 3년간 평균보다 월등히 많이 할 것"이라며 "회사가 안좋을 때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 부회장은 스마폰사업과 관련, "패러다임이 바뀔 때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오늘의 타격을 초래했다"면서 "올해 1년 고생하면 내년에는 좋은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구 부회장은 외국인 임원 영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야구에서도 외부 영입하면 내부 선수들이 크지 못한다"면서 "앞으로 2∼3년 외부영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전자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LG전자 직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구 부회장은 외부 컨설팅을 자제하고, 인수합병(M&A)도 전향적으로 추진한다는 경영전략을 내놨다.

/hwyang@fnnews.com

■사진설명=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지난 7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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