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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세계100대 코스’ 탐방기] (2) 소나무숲 그대로 살린 ‘미국 파인밸리GC’

최고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래서 현존하는 부동의 세계 1위 골프장인 미국의 파인밸리GC(파70·6996야드) 라운드를 앞두고 내가 밤잠을 설쳤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파인밸리GC를 처음 찾은 것은 2004년 6월 US오픈 참관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2002년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렸던 WCC(World Club Championship) 대회 참가로 인연을 맺게 된 이 골프장 회원인 데이비드 브룩슨(미국)의 배려로 라운드 기회를 잡게 되어서다. 한국 최고 골프장이자 세계 100대 코스인 나인브릿지가 아니었더라며 그런 행운은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파인밸리GC는 미국 독립 선언의 진원지였던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남부 뉴저지주의 소나무 삼림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사냥 탐험가이자 사업가인 조지 아서 크럼프(미국)가 주축이 된 필라델피아 출신 아마추어 골퍼들에 의해 1913년 설립돼 1918년 개장했다. 해리 콜트, A.필링히스트(이상 미국) 등 당대 최고의 코스 디자이너들과 전 재산을 출연해 가며 코스 조성에 열정을 불태웠던 크럼프는 불행하게도 12, 13, 14, 15번홀 등 4개홀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이후 당대 최고의 코스 디자이너인 톰 파지오와 어네스트 랜섬 3세(이상 미국)가 마무리 디자인과 리노베이션에 참여했다.

파인밸리GC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하게 회원 위주로 운영되는 정통 프라이빗 코스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1년에 딱 하루 코스를 개방하는데 매년 9월 말 열리는 핸디캡 3 이하의 미드 아마추어 대회인 크럼프컵 때다. 공식적인 대회는 미국과 영국의 아마추어 국가대표 대항전인 워커컵을 1936년과 1985년 두 차례 개최했다. 프로 대회도 1962년 전설적인 골퍼 진 리틀러와 바이런 넬슨(이상 미국)의 대결로 치러졌던 '셸스 원더풀 월드 골프매치'가 유일하다. 비회원은 회원 동반 시만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무 때나 입장이 가능한 건 아니다. 회원 한 명이 1년간 동반할 수 있는 비회원은 21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밸리GC는 '같은 방향으로 연속된 홀을 배치하지 않는다. 다른 홀과 비슷한 홀이 없어야 한다. 한 홀에서 다른 홀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클럽을 사용해야 하는 전략성을 갖춰야 한다'는 4가지 디자인 원칙에 의해 탄생되었다. 크럼프가 정한 이 원칙이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파인밸리GC 위상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라운드를 하면서 느낀 것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골프 묘미를 만끽하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파4홀은 볼이 떨어지는 랜딩 존만 페어웨이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자연 러프다. 요행을 바랄 수 없어 잘 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카트 도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였던 벙커가 그린에 올라서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설계된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이렇듯 지극히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되어서 초기 투자비는 물론 관리비용도 엄청나게 절감된다. 이는 파인밸리GC가 훗날 전 세계 수많은 골프장들에 블루오션으로 삼으라고 던져준 화두이기도 하다. 100년 이상을 내다보고 만들어진 파인밸리GC의 혜안에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운용 대표(63)는 2000년 골프계에 투신한 뒤 짧은 기간에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를 세계 100대 코스 반열에 올렸다. 현재 나인브릿지 제주와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대표로 재직중이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골프 전문지인 '골프 매거진'의 세계 100대 코스 선정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월 첫주부터 13주에 걸쳐 본지 매주 월요일자에 탐방기를 게재한다.


■사진설명=파4홀은 볼이 떨어지는 랜딩 존만 페어웨이이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자연 러프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카트 도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