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진코리아,녹색에 길을 묻다] (1부) 낡은 에너지체계는 가라②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1 20:55

수정 2011.01.11 20:55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9개의 환초(원형으로 모양을 이루며 발달한 산호초)로 이뤄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 나라는 조만간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영토가 바다 속으로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수가 가장 높아지는 2월에는 이 국가의 주요 도로가 바닷물에 잠긴다. 이산화탄소의 과다 배출로 오존층이 무너지고 지구가 더워지면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중심의 현 에너지체계가 야기한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사례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가스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촉발시켜 지구온난화 외에도 각종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전통적으로 ‘삼한사온’이었으나 한파가 열흘 이상 계속되는 이상 기후로 돌변했으며 여름에는 같은 날에 국지성 게릴라 호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이 생기는가 하면,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을 정도로 기후변화가 속출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12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부산 등 6개 관측지점에서 기온 변화를 추적한 결과 평균 1.7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50년 이후 기온상승률은 20세기 전체 기간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의 효과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난화 주범에 경제적 손실까지

지구온난화 주범으로는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008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사용하는 현행 에너지체계가 지구온난화와 한반도 기상이변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국가경제적으로도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상 유례가 없는 고유가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1415억달러로, 총수입의 32.5%를 차지했다.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액 678억달러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83.8%를 화석연료(석유 41.6%, 석탄 27.4%, 액화천연가스 14.8%)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환경파괴에 경제적 손실까지 입고 있는 현행 에너지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독립’

우리 정부는 지난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공포함으로써 대체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확보한 이후 지난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5차례 개정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목표와 산업화 촉진 등의 기본전략을 대폭 변경했다. 그린홈 100만호 보급, 실증 및 시범단지 조성, 장애규제 개선,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 총 전력공급량 중 일정부분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도입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선진국들도 연달아 에너지체계 수정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들은 ‘제5의 에너지’로 불리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제1의 에너지인 불, 제2의 에너지인 석유, 제3의 에너지인 원자력, 제4의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삼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재생에너지산업 육성정책의 하나로 ‘재생에너지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기술이나 현대화된 배전기술을 채용하면 대출보증을 해주고 생산세액 공제도 3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 2008년 11월 ‘에너지법률’을 제정한 뒤 2009년 6월에는 영국 재생에너지 전략(UK RES)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영국정부는 발전분야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 수송연료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 청정에너지 현금보상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일본, 캐나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뿐 아니라 중국까지도 기존 에너지체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yhj@fnnews.com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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