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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산파’ 이싱 “유로 붕괴할수도”

유로화 탄생의 주역인 오트마 이싱 전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유로의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고 뉴욕타임스(NYT)지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싱은 이번주 발간되는 런던의 '공식 통화 금융기관 포럼(OMFIF)'이 발행하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각 회원국의 재정정책을 유로권의 조건에 일치시키지 못함으로써 정책 담당자들은 통화공동체의 기능을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유로의 생존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로권이 당면한 위기 해결을 위해 각국이 지출을 억제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다면 유로가 결국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번 위기를 유로권의 구조개혁을 강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로 탄생 전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이사였던 이싱은 1998년 설립된 ECB에서 유로 도입을 준비했고, 2006년까지 경제분석을 책임지는 이사직을 맡았다.

이싱은 기고문에서 구제금융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나쁜 정책을 추진한 회원국들을 구제하는 것은 "회원국들이 남의 비용으로 분수에 넘치는 삶을 살도록 보장하는 공개 초대장일 뿐"이라면서 유로 비판론자들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이싱은 유로 회원국들의 정부지출이 한도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유로 규정을 위반할 경우 독립적인 기구가 이를 판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 회원국의 정부지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다만 "유럽은 과거에도 위기에 반복적으로 직면했었고, 매번 이를 극복해 더 강한 모습으로 거듭났다"면서 유럽통화공동체(EMU)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이싱은 "이 같은 긴장이 고조된다면 EMU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유로의 미래에 대해 비관했다.


이싱의 기고문에 대해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외르그 크레머는 "유로 탄생과 관련된 인물 가운데 이처럼 공개적인 비판을 했던 이들은 없다"면서 "ECB 이사 출신으로 매우 비관적인 발언이며 그의 기고문에는 큰 실망감이 묻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싱은 2008년 ECB에서 물러난 뒤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금융연구소(CFS) 소장으로 독일 정부에 금융개혁에 관해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그는 또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정책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