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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동기 후보자 사퇴가 남긴 교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감사원장에 내정된 지 12일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사람은 여덟 명으로 늘었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크게 고장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국무위원의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는 노무현 정부 때 도입돼 이제는 시행착오를 겪을 대로 겪었다. 국무위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 인품, 재산형성, 병역 등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기준은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상식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 보지도 못한 채 물러난 것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커다란 흠이 있다는 방증이다.

정 후보자는 전관예우에 따른 재산형성과 민정수석 출신의 측근인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나 숨겨진 도덕성 해이 논란이 불거질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서류상 검증에 치중했을 뿐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 정무적 판단을 촘촘히 가미하지 않아 사단이 난 셈이다.

그러나 잇따른 인사 실패는 무엇보다 인재 풀이 좁은 탓이 크다. 현직 장관의 대부분이 이 대통령이 당선 초기부터 인연을 맺었던 측근인사인 게 전형적인 사례다. 자격을 갖춘 사람을 널리 구해 쓰는 게 아니라 주변 인사 중에서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의중에 두고 있으니 엄밀한 검증절차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고 청문회 문턱에서 걸릴 수밖에 없는 악수를 두게 마련이다.

인사에 관한한 이명박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신뢰 회복을 기대한다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발탁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
재야 인사를 포함해 진영을 뛰어넘어 폭넓게 인재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마음의 빚을 느끼는 사람에게 보은 차원의 자리를 준다는 생각을 티끌만큼이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중립적이면서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을 후임 감사원장에 지명, 변화한 인사철학의 본보기를 보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