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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북 대화 진정성 보일 때/최진성기자

연초부터 북한 발 '대화 열풍'이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상징적 구호에 그쳤던 북한의 대화 제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명확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12일 북한이 나름대로 당국을 내세워 날짜와 장소까지 명시해 보내온 3통의 통지문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대화 몸짓으로 보인다.

새해 첫날부터 지난 10일까지 4차례나 보인 대화 통지문을 "진정성이 없다"면서 일축한 우리 정부의 요구에 조금씩 맞춰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도 핵심을 비켜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얘기는 덮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겠다는 속셈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경계하는 이유다.

그간 수세적 입장에 있었던 정부는 방향을 살짝 틀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핵심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역제의한 것이다.

이를 북한이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만큼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민감한 사안들이어서다.

정부는 이날 북측이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등 '책임 있는 당국'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왔지만 여전히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북한 통지문의 발신기관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대해서도 정부는 "책임 있는 당국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참여정부 시절에는 북한 당국으로 인식해 대응해왔다.


이쯤되면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시중의 얘기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반도 문제는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올라와 있다. 남북이 미·중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의미 없는 몸짓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때다.

/jscho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