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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네덜란드 ‘튤립 버블’의 虛와 實

■버블의 탄생 (피터가버·이용우 옮김/아르케)

많은 경제학자가 버블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례중 하나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버블’ 이다. 귀족들을 중심으로 튤립을 모으는 취미가 번져가면서 튤립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게 됐고 결국 튤립 한 뿌리 가격이 대저택을 살 수 있는 정도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 사례는 경제학계에서 버블의 시초로 통한다. 하지만 피터 가버는 저서인 ‘버블의 탄생’을 통해 이러한 경제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튤립 버블에 관한 우리의 상식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저자는 희귀 구근 즉 튤립의 뿌리가 높은 가격을 받게 되어 더 많은 재배가 이뤄지고 결국 가격이 하락하는 패턴은 시장의 고유한 특징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당시 스페인의 침공과 페스트의 확산으로 죽음의 공포가 극에 달했었던 네덜란드 국내 상황에서 튤립 거래에 참여할 수 있던 자들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어 튤립 버블에 관한 에피소드 대부분이 출처가 불분명한 과장이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튤립 버블 당시 희귀 구근 하나를 사들일 돈이면 24t의 밀, 48t의 호밀, 살진 황소 4마리, 살진 돼지 8마리, 살진 양 12마리, 와인 두통 등을 사고도 남았다는 이야기의 진원지가 1841년 매케이가 집필한 ‘터무니없는 대중의 미망과 군중의 광기’라는 책에 간단히 소개된 에피소드임을 밝히고 그 근원을 추적해 이야기가 신화에 불과함을 증명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히 튤립 버블의 허구를 지적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어떤 투기적 사건을 설명할 수 없는 범주로 밀어넣기 전에 합리적인 경제적 설명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블, 군집행위, 비이성적 과열 등 경제용어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경제 이상현상에 대한 개념화를 진행시키는데 기폭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 1만3000원

/umw@fnnews.com엄민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