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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본경제의 ‘속살’을 살짝 보고싶다면..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2 18:42

수정 2011.01.12 18:42

■경제전쟁(조군현 /지상사)
지난 10일 한·일 국방부 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올해 안에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일본은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다. 우리 국민 대다수의 가슴에는 한때 그들에게 지배당했던 과거로 인해 증오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들의 경제력과 기술을 부러워하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파도를 넘기기 위해서는 일본을 알고 일본과 함께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06년부터는 한국은행 도쿄 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일본의 경제 현장을 목격한 조군현 한국은행 팀장이 저술한 ‘경제전쟁’은 일본의 장기불황과 55년만의 정권 교체,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및 도요타 사태를 둘러싼 대미 관계와, 미·일간 환율전쟁 등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1968년 서독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의 자리에 오른 일본은 1980년대까지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다. 특히 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고 달러가 쌓이면서 세계 최대의 채권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1985년 9월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가 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기로 합의한 ‘플라자 합의’ 후 엔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했고(엔고), 수출로 먹고 살던 일본 기업들의 채산성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또한 1990년대 들어 미국 정부는 엔 절상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거의 없자 일본 정부에 내수를 팽창시켜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도록 적자재정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일본의 국가 채무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결국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자 일본은행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고 금리가 떨어지자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주식, 부동산 등으로 몰리면서 버블이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버블이 붕괴되자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에 빠지게 되었다.

▲ 미국은 일본 민주당 정권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반미정책’에 대해 엔 절상 유도와 도요타자동차로 대변되는 일본 수출기업들에 대한 압박으로 결국 일본을 두 손 들게 만들었다.

장기불황으로 미래가 불투명하자 국민은 소비를 더욱 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내수가 살아나지 못해 불황이 지속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2007년에는 국민의 연금기록 5000만 건이 누락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뜩이나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믿고 있던 연금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결국 2009년 8월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5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새로 출범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순종해온 기존의 자민당 정권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오키나와현에 있는 후텐마 미군기지를 현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눈에 이것은 일본정부가 ‘친미노선’에서 ‘반미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의 새로운 정권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대외정책에 대해 엔 절상 유도와 도요타자동차로 대변되는 일본 수출기업들에 대한 압박으로 결국 일본을 두 손 들게 만들었다.


일본의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역사와 배경 그리고 장차 전개될 방향들을 일목요연한 도표들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일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앞으로 일본과 함께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이 간다.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ceo@bookcosm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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