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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기 발등의 불” 정부·한은 정책 동시에 내놔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3 17:26

수정 2011.01.13 17:26

정부와 한국은행이 13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시·거시정책을 동시에 내놨다.

기획재정부, 농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등 9개 부처는 공공요금과 대학등록금 원칙적 동결 등 동원할 수 있는 행정적 수단이 대거 포함된 대책을 선보였고 한은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신년연설에서 "물가를 3%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된 범 정부 물가대책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행정적 제재 위주일 것으로 봤던 시장의 예상을 깨고 미시적 수단과 거시 정책을 합친 '정책조합'을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날 범 정부 차원의 물가대책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자재값 상승, 풀린 유동성,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경기회복 등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를 4%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릴만한 대내외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공급측면에서의 물가충격을 정부가 관세인하 등의 미시적 수단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충격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업체들이 원자재값 상승을 구실로 가격을 기습인상하는 형태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식품업체는 설탕가격 상승(9.8%)을 이유로 음료가격을 최대 7% 기습 인상하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음료에 포함되는 원자재(설탕)는 0.5%에 불과한데도 설탕 가격 인상을 이유로 들어 7%나 제품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확산되는 것을 정부는 가장 우려한다"며 "공정위의 시장감시 역량 강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국제원자재값 전망도 '상승'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 옥수수와 밀은 지난 11일 현재 전년 대비 43.5%, 32.6% 급등했다.

국내산 농산물의 경우도 이상기후 등으로 '공급 부족→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 또 공공요금은 원유값이 오르면 원가부담으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인상을 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비용측면보다는 약하지만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요인 중 하나다.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설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은 고용회복, 임금 상승으로 연결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인플레이션 심리 또한 당연히 확산돼 자산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은 정부의 이 같은 미시적 물가대책이 한계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와 한은의 정책조합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물가를 잡는 데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감안할 때 '환율'이라는 거시 수단도 동시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화절상(환율하락)을 점진적으로 용인해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심리 억제를 위해서는 추가 금리인상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 경기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원화절상 등까지 감안한 새로운 정책조합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사진설명=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윤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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